"맥케이브 사건과 관련해 뭐 새로운 게 있느냐."
미국 매사추세츠주 로웰 경찰서엔 지난 40여년간 거의 매일같이 이런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지난달, 15세 소년이었던 조니 맥케이브를 살해한 혐의로 3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아버지의 집념 덕분에 아들을 살해한 범인을 42년 만에 붙잡았다고 전했다.
사연은 1969년 9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요일 밤 댄스파티에 다녀오던 조니가 인근 공터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눈과 입에는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고, 그의 목 손목 발목은 두꺼운 줄로 감겨 있었다. 질식사였다.
아버지 윌리엄 맥케이브(83)는 사건 다음날부터 아들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해나가기 시작했다. "특이한 미치광이가 무자비하게 아이를 살해한 게 틀림 없다. 그 결과 온 가족은 정신이 나갔다." 조니의 걸음마나 옹알이 내용, 얼음낚시여행이나 야구를 함께 했던 기억도 적었다.
그는 40년 넘게 자신이 찾은 작은 단서 하나하나를 기록했다. 마지막 파티에서 조니를 봤다는 친구, 사건이 있던 날 어떤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 등의 진술도 담겼다. 그는 이런 기록을 경찰에 넘겼고 거의 매일 수사 진전 사항을 확인했다.
NYT는 "맥케이브가 경찰서에 전화를 너무 자주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의 목소리를 알 정도였다"고 전했다. 맥케이브는 "일부 경찰은 내가 뻐꾸기(시계)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덕분에 경찰은 이 사건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아버지의 집념은 지난달 결실을 맺었다. 중간에 10년 넘게 수사를 맡아왔던 경찰이 암에 걸려 숨지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현지 경찰이 조니 살해 혐의로 월터 쉘리(60) 등 3명을 체포한 것. 사건 당시 인근에 거주하던 이들은 조니의 또래였고 장례식에도 참석했을 정도다. 지금은 박스공장 노동자, 지게차 운전사 등으로 살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조니가 쉘리의 여자친구에게 추근댔다는 이유로 그를 차에 태운 뒤 폭행하고 공터에 버렸다. 그를 몇 시간 뒤 다시 찾아갔을 땐 조니는 이미 숨져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경찰은 사건 직후에도 이들에게 혐의를 두고 조사했지만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한 용의자가 진술을 바꾸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이들은 살인, 위증,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26일 법정에 서게 된다.
맥케이브는 용의자 체포 소식을 들은 뒤 "조니는 비행청소년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 그래서 (40년 넘게) 그에 관해 기록해온 것"이라며 기뻐했다고 NYT는 전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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