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올 1월과 3월, 그리고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작년 연말 이후 격월로 금리를 올려가는 '징검다리 행보'를 이어왔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를 두고 '베이비 스텝'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13일 열리는 5월 금통위에서도 징검다리 행보가 유지될 수 있을까.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은행(IB) 대다수는 물가 우려가 걷히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록 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비 4.2%로 전달(4.7%)보다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은 목표 상한선(4%)을 웃도는 수준. 여기에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달 물가상승률이 전달보다 소폭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한은의 금리 정상화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고, 골드만삭스도 "지난 달 높은 물가상승세와 탄탄한 수출증가세를 보인 만큼 당국이 경제성장보다 물가안정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는 올릴 수 있을 때 올려둬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서향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둔화 조짐이 엿보이고 물가도 3월에 정점을 찍었다는 징후들이 보이는 상황에서 이 달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향후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에 다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관측이 나오는 등 유럽 재정위기 후폭풍이 만만찮고,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국제유가를 비롯한 국제 상품가격 폭락 역시 금리 인상을 멈칫하게 하는 요인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글로벌경제팀장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한은이 1, 2개월 좀 더 지켜보자는 태도를 취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해도, 향후 금리 인상 속도는 지금보다 더뎌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 기조 자체야 유지되겠지만, 지금처럼 격월이 아닌 3, 4개월 기간을 두고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월 금리 인상 이후에는 3분기 후반이나 돼야 금리 인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렇잖아도 베이비 스텝이었는데, 지금보다 더 느린 행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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