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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뭐길래

입력
2011.05.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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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무소불위의 기관이었나. ‘금융 검찰’로 불리며 금융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금감원의 각종 비리가 저축은행 부실 사태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금융기관 검사라는 본연의 직무를 저버리는 것은 물론, 직원이 전화 한 통으로 수백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쉽게 성사시켜 주고 돈을 받아 챙기는 등 부정부패 실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9일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따르면 금감원 부산지원 수석조사역(3급) 최모(51)씨는 2009년 4월 고교 동창의 동생인 송모(47ㆍ건설업자)씨에게서 부탁을 받았다. “아파트 시행 사업과 관련해 부산저축은행에서 빨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2005~2007년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에 근무할 때 부산ㆍ부산2저축은행 검사 업무를 맡은 적이 있는 최씨의 경력과 인맥을 고려한 청탁이었다.

최씨는 곧바로 부산저축은행 강성우(59ㆍ구속기소) 감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촌 형이 아파트 사업을 하고 있는데, 대출 가능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했다. 말로는 ‘검토’였지만 실제로는 ‘압력’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송씨는 부산저축은행에 사업부지 매입을 위한 담보대출을 신청했고, 은행 측은 송씨에게 220억원을 대출해줬다.

검찰 조사결과 부산저축은행은 송씨의 사업부지 담보가치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거액을 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에 대한 검사 및 징계권을 갖고 있는 금감원 현직 직원의 부탁임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대출 성사 한 달 후인 2009년 6월 최씨는 부산의 한 빌딩 주차장에서 송씨를 만나 사례금 조로 현금 6,000만원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아파트 사업과 관련해 전일저축은행 등에서 받은 540억원의 대출금으로 매입한 사업부지를 K사에 신탁했던 송씨는 2009년 12월 전일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신탁사 변경 문제가 불거지자 다시 최씨를 찾았다. “전일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신탁사 변경 업무를 조속히 처리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송씨는 지난해 1월 최씨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

최씨는 예보 인사지원부 김모 팀장에게 “신탁사 변경 건이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데 한번 알아봐 달라”고 했고, ‘절차가 진행 중이고, 잘 처리될 것 같다’는 취지의 답변을 듣고 이를 송씨에게 알려줬다. 그리고 불과 한 달이 안 돼 신탁사 변경 건은 송씨의 청탁대로 승인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부산저축은행 수사 과정에서 최씨의 이 같은 개인 비리를 포착, 지난달 20일 체포한 뒤 지난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최씨에게 돈을 준 송씨는 특경가법상 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근 1~2개월 사이 체포되거나 기소된 금감원 전ㆍ현 직원은 벌써 11명에 이른다.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최씨와 금감원 출신 감사 4명이 이미 기소됐고,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직접 담당했던 금감원 대전지원 이모 팀장(2급)이 9일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됐다. 보해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서도 금감원 부국장 정모씨가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금감원 부국장 출신 KB자산운용 감사 이모씨는 현재 수배 중이다. 서울남부지검도 유가증권 발행과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은 금감원 전ㆍ현직 간부 3명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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