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위에는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이 있습니다. 포수 미트에 ‘퍽’ 하고 꽂히는 강속구로 타자들을 제압하는 투수. 자로 잰 듯한 정확한 제구를 바탕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투수. 그들은 각자가 가진 특별한 무기를 마운드에서 뽐냅니다. 야구 해설에도 본인만의 매력으로 팬들을 열광시키는 해설위원들이 있습니다. KBS N의 하일성, 민훈기, 이용철, 이병훈 해설위원은 어떤 유형의 투수와 비슷할까요?
먼저, 하일성 해설위원은 야구 해설의 ‘원조’죠. 하 위원의 해설에는 연륜이 묻어나옵니다.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예언’은 저를 깜짝 놀라게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저 타자는 번트가 아닌 강공을 택하겠죠’라고 이야기하면 정말 강공작전이 이뤄집니다. 또한 체육교사를 한 경험 덕분인지 하 위원의 해설을 듣고 있으면 마치 자상한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듯 하죠. 변화구를 능수능란하게 던지는 오른손 기교파 투수에 가깝습니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야구 전문기자였던 경력을 충분히 활용합니다. 메이저리그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국내 프로야구에 접목할 때 특히 빛을 발하는데요. 또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한 분석은 민 위원의 도회적인 이미지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요. 제가 이상형으로 그를 꼽는 이유기도 합니다. 위력적인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스페셜리스트’와 비슷합니다.
이용철 해설위원은 언어의 마술사입니다. 부드럽게 흐름을 타는 이 위원의 해설을 들으면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편안합니다. 은퇴 후에도 2000년까지 삼성의 스카우트와 코치로 활약해 온 만큼 현직 프로야구 선수들과 친분이 두텁습니다. 해설위원과 선수의 관계라기 보단 가끔 삼촌과 조카 사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보여지는 그대로 오른손 정통파 투수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병훈 해설위원의 해설은 그 어떤 오락프로그램보다도 재미있습니다. 이 위원은 지루하게 진행되는 야구 경기도 재미있게 바꿀 수 있는 ‘능력자’죠. 같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 위원의 입담에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던 적도 많습니다. 아마 야구 선수를 안 했다면 개그맨이나 명 진행자로도 성공했을 겁니다. 떠오르는 변화구를 던지는 잠수함 투수가 떠오르는군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저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분들 밑에서 야구를 배울 수 있으니까요. 이들의 이야기에 더 깊은 의미를 느끼며 야구를 즐기고 싶다면 4명의 해설위원들을 각각 유형이 다른 투수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KBS N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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