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융기관의 상근감사를 폐지하고 대신 사외이사로만 구성되는 감사위원회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감사위원회 자체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낙하산 감사'가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간의 부적절한 '유착고리'역할을 해온 만큼 감사 자리를 없앨 경우 유착의 끈 하나를 끊을 수 있는 것은 사실. 하지만 감사의 고유기능인 경영진 견제ㆍ감시는 단지 상근감사를 없애고, 감사위원회로 대체한다고 해서 저절로 살아나지는 않는다.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감사위원회를 활성화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며, 근본적으론 감사위원회 아닌 사외이사들의 역할을 바로 잡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부실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에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내부통제 장치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기관의 상근 감사가 많게는 5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을 받으니 감독당국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기를 원하게 되고, 내려간 후에는 자리보전을 위해 '로비스트' 역할을 하게 된다는 비판을 감안, 상근감사 직을 아예 폐지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원천적으로 없애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감사위원회는 세 명 이상의 감사위원으로 운영되는 회의체 조직이기 때문에 독립성과 중립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해외 선진 금융기관들의 경우 이사회가 주주권 보호에 적극적이고 권한도 막강하므로 소위원회인 감사위원회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외이사의 권한과 역할을 고려할 때 감사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채울 경우 오히려 감시기능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외이사가 퇴직 고위공무원이나 교수들의 '고임금 부업'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견제 역할이 어려울 뿐 아니라 비상근이기 때문에 기업 내부 사정에도 어두울 수 있다는 것. 한 금융계 인사는 "경영진이 뽑은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혹독하게 견제ㆍ감시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는 지난 해 초 KB금융지주 회장 인선 등의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금융회사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신한금융지주 경영권 분쟁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사외이사가 적극적 견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감사위원회가 3명 이상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된 회의체 기구이다 보니, 부실 감사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상근감사 제도를 폐지하든 그대로 두든, 가장 중요한 것은 대주주나 경영진 눈치를 보지 않고 실질적 감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으론 경영진처럼 감사도 성과를 '보수'와 연동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예를 들어 감사위원(또는 상근감사)들의 경영상의 잘못을 적발한 실적을 성과급형태로 보수에 높게 반영토록 함으로써, 제 역할을 한 감사는 높은 급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또 또 추후 해당 금융회사가 금융사고나 비리 등으로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을 경우, 당시 감사나 감사위원의 보수를 환급해 제재를 가하는 방안, 상장회사의 경우 감사나 사외이사 임명 시 대주주가 아닌 주주들이 '집단투표제'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견제가 가능한 인사를 임명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전원 비상근으로 근무하는 감사위원회를 두면 회사의 경영상황에 대한 정보에 일상적으로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감독이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감사든 사외이사든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와 경영진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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