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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 뒤집어 쓰고…빈 라덴 초췌한 도피 생활" 美 비디오물 5점 공개…추종자 흔들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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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 뒤집어 쓰고…빈 라덴 초췌한 도피 생활" 美 비디오물 5점 공개…추종자 흔들기 나서

입력
2011.05.0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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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가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수거한 방대한 양의 테러 관련 자료 중 처음으로 비디오물 5점을 7일 공개했다. 총 11분52초 분량으로 소리는 삭제된 채였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빈 라덴의 육성 메시지를 추종자들에게 전달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점의 비디오 내용은 지금까지의 빈 라덴의 선동 영상물과는 달리 그의 개인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어서 주목된다.

4분17초 분량의 첫 영상물이 가장 흥미롭다. 갈색 담요를 뒤집어쓰고 검은 벙거지 모자를 쓴 빈 라덴이 회색 턱수염을 늘어뜨린 채 낡은 TV 모니터를 보는 모습이다. TV에는 9ㆍ11 테러 장면과 자신의 아프간 동굴 생활, 성전을 촉구하는 장면 등이 나온다. 오른손에 쥔 리모콘으로 화면을 바꾸며 연방 고개를 주억거린다. 이전 선동 영상물에서 보인 하얀 두건에 검은 턱수염을 한 깔끔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영락없는 시골 촌부의 모습이다. 뉴욕타임스는 "은퇴한 늙은 배우가 컴백을 꿈꾸며 자신이 출연했던 옛 방송을 보는 듯하다"고 전했다. 방안은 TV와 전기선이 어지럽게 얽혀있고, 창문은 검은색 천으로 아무렇거나 가려져있어 폐가를 연상케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전 영상물에서 회색 턱수염이 검게 염색된 것을 두고 "빈 라덴이 자신의 이미지에 매우 신경을 썼고 그래서 젊게 보이려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비디오 녹화시점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로 추정했다.

두 번째 6분40초 분량의 비디오는 '미국인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제목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15~20여초 분량의 짧은 나머지 비디오들은 성전 메시지를 녹화하는 장면으로 보인다. 대본을 잘못 봐 다시 읽거나, '큐' 사인을 놓친 뒤 어색해하는 장면도 나온다. 비디오물 공개 배경을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신격화한 빈 라덴의 이미지를 깨뜨리거나 최소한 그의 추종자들에게 당혹감을 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빈 라덴이 상징적 인물일 것이라는 평가와는 달리 테러공격 계획과 전술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실질적 지도자"라며 "그의 은신처는 알 카에다의 지휘통제부"라고 밝혔다.

미 당국은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입수한 컴퓨터 드라이브 등 100여점 이상의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방부 등 9개 안보 관련 기관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한편 빈 라덴의 첫 번째 부인인 나즈와 가넴의 어머니가 빈 라덴의 사살 소식에 충격을 받고 쓰러져 시리아 라타키아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8일 AFP통신이 전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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