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2개국(G2)이 경제란 주제를 테이블에 올려 놓고 다시 맞붙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개막된 제3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양측은 인권 문제와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 등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미국은 이날 개막식에서부터 중국의 치부를 건드렸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 대표단을 옆에 두고 "미국과 중국은 인권 분야에서 강한 의견 불일치가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이어 "중국의 헌법에 나와 있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도 있듯 기본권과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어떤 사회에서든 장기적인 안정과 번영을 촉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역사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조금 더 번영하고, 안정되고, 성공할 수 있다. 특히 지난 몇 달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재스민 혁명' 이후 중국에서 일어난 '재스민 시위' 탄압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가만 있지 않았다.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은 답사에서 "조금 더 많은 미국인이 중국을 방문한다면 중국이 인권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뤘음을 가장 먼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받아 넘겼다. 왕치산(王岐山) 부총리도 미국 PBS '찰리 로즈 쇼'에 출연, "중국에선 아랍의 봄 같은 이벤트는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힐러리 장관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미중간 대립은 첨예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중국의 조금 더 유연한 환율(제도), 조금 더 개방된 자본시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왕치산 부총리는 "무역 문제를 정치 이슈화 하면 안 된다"고 맞섰다.
또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은 "중국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는 것보다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체제를 완화하고, 미국의 대중 수출을 장려하는 게 미중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중국의 금리 인상,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를 거론했다. 또 북핵 등 한반도 문제, 이란, 기후변화 협력 등의 현안도 논의됐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서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중국 고사성어를 인용, 눈길을 끌었다. 클린턴 장관은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 를, 가이트너 장관도 '유복동향 유난동당'(有福同享, 有難同當·복은 함께 나누고 어려움은 함께 풀어간다 )이란 고사 성어를 제시,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2009년 7월 첫 회의가 열렸고, 이번 회의는 10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진행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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