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가 또 다시 식탁 위에 올랐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지금의 통합 금융감독원이 생기기 이전에도, 또 생긴 뒤에도, 가깝게는 지난해에도 금융감독권한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 것인가는 항상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제자리. 금감원의 독점적 검사권에 대한 폐해가 드러나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구성을 지시한 만큼, "이번엔 뭔가 생산적 결론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일각에선 "결국은 원점으로 되돌아갈 것"이란 냉소적 예상도 나오고 있다.
감독기능을 금감원 이외 기관에 허용할 경우, 대상은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 두 군데뿐.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한은과 예보에 어느 정도의 감독권한은 인정할 것인가에 맞춰진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한은과 예보에 필요한 만큼의 감독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신 "금감원을 쪼개 예전처럼 은행 증권 보험의 별개 감독체제로 돌아간다거나 한은ㆍ예보에 금감원 수준의 상시감독권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감원의 배타적 감독권 독점은 깨야 하고, 다른 기관에 적정 수준의 권한을 줘야 하지만, 제2의 금감원, 제3의 금감원이 만들어질 정도가 되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우선 한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던 것처럼, 한은은 금융회사가 유동성 위험에 처했을 때 마지막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최종대출자'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에 걸 맞는 검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 현재 한은은 일선 금융회사에 대한 공동검사를 금감원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만 갖고 있다. 만약 금감원이 거부하면 공동검사 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은은 오래 전부터 '최종대출자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단독검사권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런 내용을 담은 한은법 개정안이 2009년말 국회 상정됐지만 지금까지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한은은 ▦유동성이 악화된 금융회사에 긴급대출을 해주는 경우와 ▦금융감독원이 공동검사요구에 즉시 응하지 않는 경우, 단독검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까지 통과했지만, 금감원과 금융위가 강력 반대하고 두 기관의 소관상임위인 정무위까지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서면서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한은 관계자는 "평상시 감독ㆍ검사권을 달라는 게 아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금융회사에 돈을 빌려주면서 단독 검사도 못한다면 중앙은행은 한낱 금고와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보도 마찬가지. 예보 역시 금융회사가 도산할 경우 5,000만원까지 지급해주는 예금자보호기관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검사권은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듯, 예보도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보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
이와 관련, 예보는 현재 영업정지를 당한 부실 금융기관에만 단독검사를 나갈 수 있지만, 앞으론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았더라도 '경영개선권고' 등을 받아 부실 우려가 큰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단독검사권을 행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은 예보를 활용하려고 한다. 금감원은 인력이 없지만 예보는 인력이 있다"고 말해 예보의 단독검사권을 인정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한은의 단독검사권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정부가 한은의 검사권에 대해서도 보다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검사권 독점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평상시 검사권은 금감원이 갖고 있는 게 맞다"면서 "예보는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 한은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금융기관에 대해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검사권을 가져가면 된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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