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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과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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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과 파키스탄

입력
2011.05.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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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소식을 발표한 1일 밤 미국은 환호했다. 수천명의 시민이 워싱턴의 백악관 인근과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 모여 밤새도록 성조기를 흔들며"유에스에이"를 연호하고 국가를 불렀다. 소모적일 정도로 생각이 다양한 미국인들이 이처럼 한 마음으로 기뻐하는 것을 근래에 본 적이 없다. 빈 라덴이 미국에 남긴 상처가 그만큼 컸다는 뜻일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주가도 치솟았다. 전임 부시 대통령이 못다한 숙원을 완수했다는 칭찬과 함께 지지도가 수직 상승했다. 무엇보다 취약하다고 비판 받던 안보 리더십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된 것이 오바마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빈 라덴 제거로 세상은 더 불안

아랍권에서는 빈 라덴을 사살한 것에 분노한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알 카에다는 피의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테러의 상징을 제거했지만, 세계는 더 위험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의 동맹국들에서조차 빈 라덴 처리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이유다. '빈 라덴 이후'를 잘못 수습했다가는 '빈 라덴 이전' 보다 더 큰 혼란과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를 보자. 파키스탄은 탈레반이 정권을 잡을 당시 전 세계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외교적으로 승인한 단 세 나라 중 하나다. 아프간 주둔 미군에 테러를 감행하는 무장단체 하카니와 인도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는 라쉬카르 에 타이바(LeT) 등 수많은 자생적 테러단체가 암약하는 곳이기도 하다. 철천지

원수인 인도를 테러 대상으로 하는 LeT를 파키스탄 정부가 비호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9ㆍ11 이후 미국인 희생자의 10배가 넘는 3만 명 이상이 대 테러전으로 희생됐지만, 파키스탄은 여전히 반미와 성전, 이슬람근본주의가 정권의 한 축으로 작용하는 나라다.

미국이 다음 타깃으로 삼은 탈레반 지도자 뮬라 오마르의 거처에 대해 파키스탄이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파키스탄과 탈레반의 관계상 파키스탄 정부의 협조 없이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다. 핵보유국이자 테러단체의 핵 접근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 역시 파키스탄이란 점을 생각하면 더욱 복잡해진다.

파키스탄은 미국에도 간단한 나라가 아니다. 빈 라덴이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6년 가까이 암약한 점 때문에 흥분해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단선적 시각으로는 파키스탄의 협조를 얻을 수도, 대 테러전에서 이기기도 힘들다. 파키스탄은 미국에서는 'frenemy'로 불린다. 친구이면서 적이다. 어느 한 쪽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다행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의식하고 있는 듯 하다. 그는 파키스탄에 제기된 의혹과 관련, "파키스탄의 협조로 빈 라덴을 추적할 수 있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파키스탄에 냉철한 대응해야

리비아 사태 등 아랍권의 민주화 시위에 대처하는 미국의 중동외교가 의심을 받는 와중에 터진 빈 라덴 정국은 미국 안보의 큰 위협이자 도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파키스탄을 방문한다. 권력과 테러의 경계가 희미하고, 정의와 폭력이 혼재돼 있는 파키스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미국은 물론 세계의 안전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안보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거기에 달렸다.

황유석 워싱턴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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