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여파로 2008년 5월 문을 닫았던 서울시 중구 태평로 로댕갤러리가 플라토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과거 이곳은 젊은 작가의 등용문으로 여겨졌던 공간. 같은 삼성가가 운영하는 리움미술관이 유명 작가들의 개인전과 기획전으로 주로 꾸리는 것과 차이가 있었다. 다시 문을 연 플라토도 실험적 공간으로서의 역사성을 유지한다.
재개관 첫 전시는 ‘스페이스 스터디’로 14명의 작가가 설치 조각 비디오 사진 등의 작품으로 과거 로댕갤러리였던 이 공간의 역사와 장소성, 의미에 대해 재해석한 작업으로 꾸며졌다. 홍라영 총괄부관장은 “플라토는 과거와 오늘의 예술적 실험과 성과가 한곳에서 쌓여지는 퇴적층의 의미와 향후 폭넓게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예술적 고지를 뜻하는 의미가 함축된 것”이라고 밝혔다.
입구에는 과거 로댕갤러리의 상징이었던 조각가 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의 상설 전시가 이뤄지는 가운데 김수자씨의 종교 초월적 작품 ‘연꽃: 제로시대’가 그 위를 차지했다. 안소연 큐레이터는 “인간 존재의 종말을 보여 주는 ‘지옥의 문’은 존재의 제로 지대지만 시간적으로 영원한 김수자 작가의 연꽃환을 만나 존재의 시작으로 환원된다”고 풀이했다. 둥글게 이어진 384개의 연등이 유리 천장을 감싸고 그레고리안 성가, 티베트의 만다라 독송, 이슬람 성가가 어우러진 음악이 웅웅거린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물론, 종교 이데올로기도 무의미하다.
김민애씨가 설치한 ‘대’도 눈에 띤다. 7m에 달하는 높은 기둥을 설치했지만 견고해야 할 그 기둥 끝에 바퀴가 달렸다. 김씨에게 과거 로댕갤러리는 “서양조각사의 분기점이라 일컫는 로댕의 작품과 한국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는 새롭지만 이상한 곳”으로 인식됐다. 작가의 공간에 대한 해석은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구조물로 탄생했다.
정소영씨과 양성구시의 합작품도 흥미롭다. 이들은 가로 세로 2m의 ‘화이트큐브’를 제작하고 해체하며, 그 옆으로 쓰레기 소각장 도면을 검은 알루미늄판에 덧댄 작품을 설치했다. 둘은 플라토가 보편적 미술 공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파괴와 창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외에도 구동희 김도균 노재운씨 등이 플라토를 재미있게 해석한 작품 38점이 나온다. 7월 10일까지. 관람료 일반 3,000원. 1577_7595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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