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첼시 킬러'의 면모를 과시하며 라이벌 첼시에 다시 한번 '악몽'을 안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9일 오전(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0~1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1로 승리, 22승11무4패(승점 76)를 기록하며 19번째 리그 타이틀을 예약했다. 맨유는 첼시와의 승점차를 6으로 벌려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만 추가하면 우승컵을 차지하게 된다.
첼시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온 박지성은 이날 90분 내내 펄펄 날았다. 지난 2일 아스널과의 원정 경기(0-1)에서 침묵했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맨유는 시작 휘슬이 울린 지 35초 만에 선제골을, 전반 22분 추가골을 뽑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박지성의 경이적인 에너지가 흐름을 맨유 쪽으로 끌어왔다.
4-4-2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시작과 동시에 맞은 역습 찬스에서 치차리토의 선제골을 배달했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맨유 수비진으로부터 패스를 연결 받은 박지성은 상대 아크 정면으로 쇄도하는 치차리토에게 정확한 침투 패스를 연결해 선제골을 이끌어냈다. 시즌 5호 도움(7골).
박지성은 이후에도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첼시 수비진의 얼을 뺐다. 전반 10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침투해 정확한 크로스로 치차리토에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줬고, 전반 21분에는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이바노비치를 따돌리고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슛으로 페트르 체흐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맨유는 전반 22분 네마냐 비디치가 추가골을 뽑아내며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 첼시는 후반 24분 프랭크 램퍼드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박지성은 경기 종료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박지성은 최근 첼시와의 3연전에서 맨유가 EPL을 지배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존재임을 확인시켰다.
지난달 7일 맨유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2002년 이후 9년간 이어진 '스탬퍼드 브리지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박지성은 측면과 중앙에서 상대 미드필드진을 꽁꽁 묶으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같은 달 13일 열린 2차전에서는 1-1로 맞선 후반 32분 그림 같은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리며 첼시의 4강 진출을 좌절시켰다. 이어 EPL 우승 향방을 결정하는 이날 빅 매치에서 다시 한번 승리의 선봉장이 됐다. '첼시전 필승 해법'에 다름 아니다. 박지성이 잉글랜드에 입성한 2005년 이후 EPL 타이틀은 맨유와 첼시가 양분하고 있다.'첼시 킬러'라는 타이틀은 아직 재계약을 하지 않은 박지성에게는 최고의 프리미엄이다.
한편 현지의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선제골 도움을 펼친 박지성에 대해 "엄청난 에너지를 앞세워 첼시 선수들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는 평가와 함께 팀 내에서 두 번째 높은 평점 7점을 줬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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