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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굄돌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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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굄돌의 정치학

입력
2011.05.0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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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치를 모른다. 그러나 그 당(黨)은 좀 안다. 여기서 '안다'는 뜻은 긍정적인 뜻이 아니다. 지지한다는 뜻은 더욱더 아니다. 나는 그 당이 정치적인 자리란 자리는 싹쓸이하여 장기 집권하는 지역에서 살면서 공(功)보다는 심할 정도의 과(過)를 너무 많이 봐 왔다.

4ㆍ27재보선 민심에 따라 그 당이 발 빠른 행보를 보여 주는 것 같지만 내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나는 금이 가서 이내 무너져 내릴 역삼각형의 탑을 보고 있다. 정치가 뛰어난 석재를 찾아 갈고 다듬어서 한 층 한 층 공든 탑을 쌓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탑은 높이 쌓는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다.

탑을 바라보는 사람, 즉 민심이 편안해지는 것도 정치가 할 일이리라. 내가 유권자로서 체험한 그 당은 석재는 뛰어난데 공든 탑은 아니다. 여기저기서 이 돌 저 돌 모아서 쌓은, 여러 개의 큰 돌 밑에 수십 개의 작은 돌로 쌓은 계보탑(系譜塔)이다.

큰 돌이 기단이 되고 작은 돌을 쌓아 올리는 것이 탑인데, 굄돌이 되어야 할 큰 돌들이 끊임없이 탑 꼭대기로만 기어올라 보주(寶珠)가 되려는 정치적인 욕심뿐이라는 것이 문제다. 공든 탑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 탑은 반드시 무너진다. 역사가 그걸 증명해 왔다. 자신들의 모습을 국민이 어떤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면 변해야 무너지지 않는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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