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성향의 비주류 원내대표 탄생은 향후 한나라당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대위원장 등 비대위 구성과 6,7월쯤 실시될 조기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지도부 구성에도 큰 변수가 된다.
당장 비주류인 친박계와 중립 소장파 그룹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초재선 소장파 의원들은 이미 '쇄신 모임' 성격의 결사체를 구성해 향후 비대위 구성과 전당대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면 친이계 주류는 분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친이계-친박계-중립 등으로 나뉘는 당내 역학관계의 전반적인 재편 가능성이 많다.
비대위 구성에서부터 이런 흐름이 반영될 것 같다. 우선 비대위원장을 두고 주류_비주류간 힘겨루기가 나타날 수 있다. 친이계 측에선 원내대표에 비주류가 선출된 만큼 비대위원장은 주류 성향 인사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밀고 나갈 수 있다. 반면 소장파 등에선 오히려 원내대표의 흐름을 이어 비대위원장도 새로운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이 과정에서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의 의견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황 원내대표는 6일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가벼운 관리기구가 아니라 당헌ㆍ당규 개정을 포함해 당의 방향을 그릴 실질적 기구가 돼야 한다"며 비대위의 다양한 인적 구성 계획을 밝혔다.
현재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정의화 국회부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윤여준, 박세일 전 의원 등을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당 지도부는 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대위원장을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비대위 구성 이후 새 지도부 선출 과정도 예측불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표출됐던 변화의 소용돌이가 이어진다면 의외의 인물이 당 대표가 될 수도 있다. 소장파들이 내세우는 '젊은 대표론'의 실현 가능성도 주목된다.
하지만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타격을 입은 주류, 특히 친이재오계가 향후 당 대표 경선에서 한층 더 강한 결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친이계 한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위기감을 느낀 주류가 전당대회에서 뭉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이재오 특임장관이 당 복귀를 서둘러 구심력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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