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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어] 떠오르는 잠수함 포크볼러 LG 박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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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어] 떠오르는 잠수함 포크볼러 LG 박현준

입력
2011.05.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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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박현준(25ㆍLG)도 그랬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중간계투로 나갔다. 팀 사정상 박현준이 중간에서 긴 이닝을 버텨주는 게 필요했다. "스프링캠프 때는 선발투수를 준비했는데 막상 시범경기에 들어가니까 중간계투로 나가게 되더라고요. '감독님이 나를 그렇게 쓰실 모양이구나'라고 생각했죠."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생겼다. 에이스 봉중근이 3월16일 시범경기 도중 왼 팔꿈치를 다친 것이다. 봉중근은 최소 한 달 반은 자리를 비워야 했다. 중간계투로 낙점된 박현준에게 선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박현준은 첫 등판이었던 4월 3일 잠실 두산전에서 6과3분의1이닝 무실점으로 축배를 들었다. 이후 4경기에서 2승1패의 상승세를 이어간 박현준은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서 9이닝 3피안타 3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모든 면에서 데뷔 후 최고 경기였다.

6일 현재 박현준은 4승1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 중이다. 이런 페이스라면 2005년 SK 신승현(12승) 이후 잠수함투수로는 6년 만에 10승도 절대 꿈이 아니다.

박현준은 2009년 SK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가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왔다. LG 팬들은 혜성처럼 등장한 특급 잠수함 박현준에게 "엘창용(LG의 임창용)"이라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박현준을 만나 유쾌한 대화를 나눠 봤다.

3일 연습한 포크볼 경기서 통해

박현준이 경희대 1학년이던 2005년 어느 날이었다. 전국대회를 3일 앞두고 동료와 캐치볼을 하던 박현준은 장난 삼아 포크볼을 던져 봤다. 그런데 직구처럼 들어가다 툭 떨어지는 게 예사롭지 않았다.

"딱 3일간 연습했죠. 그리고 대회 때 던졌는데 잘 먹히더라고요. 그때 이후로 포크볼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박현준은 직구와 슬라이더밖에 못 던졌다.

역대 최고의 잠수함 포크볼러

이효봉 MBC SPORTS+ 해설위원은 "박현준이 아마도 건국 이래 최고의 잠수함 포크볼러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위원은 "임창용도 2008년 일본에 진출하기 전에는 포크볼을 던지지 않았다"며 "현재 국내 잠수함투수 중 포크볼을 제대로 던지는 투수는 박현준과 두산 김성배 두 명뿐인데 각도, 제구력 등 여러 면에서 박현준이 넘버원"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순철 전 LG 감독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전 감독은 "직구와 거의 같은 궤도로 들어오다 타자 앞에서 갑자기 가라앉기 때문에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다"며 "프로야구를 쥐락펴락할 '물건'이 될 조짐이 보인다"고 칭찬했다.

'영업비밀'은 큰 손 그리고 검지

박현준은 유난히 손이 크다. 동료들보다 마디 하나가 더 있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운 채 훑어 내리듯 던지는 포크볼을 구사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잠수함인 박현준은 오버스로처럼 위에서 아래로 긁을 수 없다.

박현준의 선택은 검지였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우는 것은 오버스로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공을 채는 순간 검지를 아래쪽으로 엎는 듯 힘차게 감습니다. 그래야 직구처럼 가다가 떨어지니까요." 박현준의 포크볼은 직구와는 10~20㎞ 정도 차이 나는 시속 128~135㎞ 정도를 유지한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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