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구제역 대란과 같은 재난의 재발을 막으려면 방역정책 결정과 책임소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 대한 보강공사마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민환경포럼이 6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건강연대 강당에서 ‘생명살림을 위한 구제역 재난진단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연 토론회에서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방역정책 결정에 책임을 지는 부처가 없어 재앙이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구제역 긴급지침에 따르면 자문기구인 가축방역대책협의회가 실질적인 방역대책 결정을 내리게 돼있다. 김 부소장은 “정책결정에 책임을 지지 않는 가축방역대책협의회에서 방역정책을 결정하고 농림수산부는 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로 돼있다”며 “정부조직이 의사결정을 하고 결정을 단일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법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매몰지 보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침출수 유출을 막는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경기도의 일부 매몰지 현장을 조사한 결과 매몰지의 절반만 차수벽을 설치한 경우도 있었다”며 “설계에 따라 매몰지 공사를 한 것이 아니라 공사를 하면서 예산에 따라 설계한 경우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방역작업에 쓰인 소독제에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유독물질인 글루타르알데히드 등이 포함돼 유해성 정도에 대한 심층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 뿌려진 구제역 소독약 3,515톤 가운데 포름알데히드 4.8톤, 글루타르알데히드 63톤이 포함됐다. 최 교수는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발암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여성 생식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라며 “방역에 참가했던 공무원들의 소변검사, 유전자 손상 검사 등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독성물질로 알려진 알데히드 계통의 경우 1,000배 이상 희석토록 규정하고 있고, 이 규정이 잘 지켜져 문제될 게 없다”며 “관련 규정을 향후 가축방역 매뉴얼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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