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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불신 부추긴 건 생수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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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불신 부추긴 건 생수 회사

입력
2011.05.0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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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글렉 지음ㆍ환경운동연합 옮김

추수밭 발행ㆍ280쪽ㆍ1만3,800원

“미국에서는 매일같이 1초마다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생수병 마개를 열며, 그 병들은 이내 쓰레기가 된다. 하루에 8,500만병. 연간 300억병의 생수가 소비자에게 100억달러 가까운 지출을 요구한다. 미국 소비자가 생수 1병을 마시는 동안 전 세계적으로는 4병이 소비되는 게 현실이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한국 정부도 물 산업 육성을 전략 과제로 발표하고 생수를 고급화하기 위해 수돗물을 병에 담아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지능형 정수처리기술, 첨단 신소재 여과막 등 개발에 1조5,530억원을 투입하는 등 물 산업 육성 전략 전체에 3조4,609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봉이 김선달이 울고 갈 생수업자의 마케팅과, 이에 대한 국가 동조 의혹을 폭로하는 책이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퍼시픽연구소장인 수자원 전문가 피터 글렉이 펴내고 환경운동연합이 번역한 이다.

저자는 먼저 생수 산업이 단기간에 발전한 이유에 주목한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키운 배후가 있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2007년 생수 회사 로열스프링워터는 “수돗물은 독약”이라는 제목의 전단을 뿌렸다. 2000년 펩시콜라 북미지구 사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모리스는 “최대의 적은 수돗물이다. 하지만 우리의 적은 물이 아니라 물이 있는 장소다. 왜냐하면 관개와 조리용 물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수가 안전한 건 아니라는 데 모순이 있다. 책은 미국 생수 업체가 수돗물에 비해 훨씬 허술한 규제 아래 있으며 규제가 전혀 없는 주도 있다고 지적한다. “생수 악틱스프링(북극의 샘)은 플로리다, 악틱폴스(북극의 폭포)와 악틱폴스퓨리파이드(북극 폭포 정화수)는 오클라호마, 악틱클리어(북극의 깨끗함)는 테네시에서 나오는 물이다. 빙하라는 상표를 본 소비자는 원시 야생의 얼음 들판을 떠올리며 생수 병을 집어 들겠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생수의 플라스틱 병이 인체에 유해하고 맑은 물의 원천인 환경을 파괴하는 요인이 되는 모순도 지적된다. 책은 “원자재, 생산, 수송까지 감안한 생수의 에너지 비용은 생수 부피의 4분의 1 혹은 그 이상의 원유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는다.

저자의 논거는 대부분 미국 사례여서 환경련은 ‘한국의 생수는 안녕한가?’란 보고서를 덧붙였다.

생태경제학자인 우석훈 박사는 이 책의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지하수 생태계를 파괴하지만 정작 안전은 보장 못하는 생수 대신, 수돗물이 우리의 대안이 되어야 한다. 마실 물의 보편적 권리, 그것이 생태복지의 출발점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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