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처음 만들어 매년 개정해 온 국정 국사교과서 한 권에서 오류가 수백 건 발견됐는데 올해 고1부터 사용하는 6종의 검인정 국사교과서에는 얼마나 오류가 많을지 아찔합니다.”
경기 용인시의 한 학원에서 국사를 강의하고 있는 신승욱(40)씨는 중ㆍ고등학교 역사 관련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의 오류를 찾는 일을 5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170건 이상의 오류를 국사편찬위원회나 검인정 교과서 출판사에 알려 바로잡는 성과를 올렸다.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나와 2003년부터 학원 강사를 시작한 신씨도 처음에는 강의 도중 교과서의 오류를 발견하면 ‘누군가 곧 바로 잡겠지’라 생각하고 그냥 넘겨 버리곤 했다. 하지만 강의를 한지 3, 4년이 지나도록 틀린 내용이 그대로 수록되는 것을 보고 2007년부터 스스로 나서기로 결심했다. 신씨는 “강의 준비를 위해 국사ㆍ세계사 등 역사 관련 교과서를 분석하다 보면 학생들에게 도저히 그냥 가르치기 어려운 오류가 많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역사적 인물의 이름 및 출처 오기 등 단순 실수는 물론 국ㆍ검정 교과서 사이의 내용 불일치, 심지어 사실 왜곡 등 심각한 오류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2009년도 중학교 국사교과서는 홍경래 군(軍)의 행로 등을 담은 지도에 평안북도 의주를 점령 고을로 표기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이다. 신 씨의 지적에 따라 국사편찬위원회는 2010년판 교과서에서 내용을 고쳤다. 하지만 올 4월 경기도교육청 주관으로 실시된 고3 대상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2009년도판 중학교 국사교과서에 수록됐던 홍경래 군의 행로 지도가 그대로 사용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08년에 발간된 중학교 국사 교사용 지도서는 임진왜란(1592-1598)의 영향으로 거북선이 개발됐다고 적었다. 이 역시 신 씨의 지적에 따라 “거북선은 태종(1367-1422) 때 제작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개발’이라는 표현을 ‘개량’으로 고쳤다. 신씨의 지적에도 내용을 엉뚱하게 고친 경우도 있다. 2009년판 고교 국사교과서는 조선 때 문신 김종서가 4군과 6진을 개척했다고 서술했지만 실제로는 6진만 김종서의 공로다. 신씨는 이에 대한 정정을 요청했지만 정작 2010년 개정판에는 ‘4군’은 그대로 두고 오히려 ‘6진’을 삭제했다.
신씨는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고1부터 국사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인정 6종으로 다양화 됐는데 짧은 집필 기간 등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오류가 숨어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의 경우 국사편찬위 홈페이지에 오류를 제보하면 다음 번 개정 때 반영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세계사 같은 검인정 교과서의 경우 해당 출판사가 오류를 지적해도 수정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신씨는 “검정으로 전환되는 만큼 상시적으로 오류를 검증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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