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ㆍ27 재보선 참패 이후 쇄신 논의 과정에서 한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을 살펴 근본적으로 자신과 당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네 탓' 공방이나 계파 싸움을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 패배 이후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면 "한나라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당 안팎의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장 지도부가 서로 비난하면서 으르렁대고 있다. 선거 패배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최고위원 티타임 자리에서부터 안상수 대표와 정두언 최고위원이 다퉜다. 원내대표 경선 연기 문제를 두고 "왜 발목을 잡느냐" "누가 발목을 잡았느냐"며 고성을 주고 받았다. 주류 2선 후퇴론이 나오자 이재오 특임장관은 3일 트위터에 "가슴 속 깊이 분노가 치밀 때 허허 하고 웃어라"라는 글을 올려 불만을 우회 토로했다. 그러자 정두언 최고위원은 4일 "3류에다, 60년대식, 유치찬란한 사람이 실력자라고 주목 받는다"며 이 장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고위 당직자는 "상당수 최고위원들이 당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찾으려 한다"면서 "재보선 기간 상당수 최고위원들이 사실상 완패를 바라는 행보를 했다"고 비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일부 최고위원과 소장파 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쇄신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쇄신 논의를 위해 개최한 2일 의원 연찬회에서도 네 탓 공방만 넘쳐났다. 친이계 주류와 친박계, 소장파 등 비주류는 각각"주류가 책임지고 물러나라"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싸움만 벌였다. 자기 반성도 없었고 구체적 대안 제시도 없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은 거의 없었다. 또'박근혜 역할론'만 나왔지 선거 지원에 나서지 않은 박 전 대표의 문제점을 짚은 발언도 전혀 없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역대 선거에서 소속 정당의 선거운동을 전혀 돕지 않는 정치지도자는 거의 없었다"면서 "당내에서 선거 지원에 전혀 나서지 않은 박 전 대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얘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이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소장파 의원들까지 '현재 권력'과 가능성 큰 '미래권력'에 대해선 비판하지 못하더라"며 "총선 공천을 생각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여권의 쇄신 논의가 본질은 건드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국민들 눈에는 여권 쇄신 논의가 냉소적으로 비치고 있다"며 "청와대나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의 문제가 뭔지, 국민들과 어떤 괴리가 있는지 등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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