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업계에 20나노급 반도체 경쟁이 불붙었다. 20나노급 반도체란 반도체를 구성하는 회로 선 폭을 20나노미터 굵기로 설계한 반도체를 말한다. 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로, 성인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 정도에 해당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텔 엘피다 등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잇따라 20나노급 미세 공정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인텔은 이날 22나노 공정의 비메모리 반도체인 '아이비 브릿지'를 개발해 시연하고 하반기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 22나노 공정 기술이 개발된 것은 처음이다. 아이비 브릿지는 인텔이 개발하는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로, 개인용 컴퓨터(PC)의 두뇌에 해당한다.
특히 인텔은 아이비 브릿지를 세계 최초로 3차원(3D)의 입체 방식으로 설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즉, 반도체 회로를 평면에 그리는 기존 반도체 설계와 달리 회로 자체를 정육면체로 만들어 훨씬 작은 공간에 더 많은 회로를 배치할 수 있다. 폴 오텔리니 인텔 사장은"3차원을 이용한 반도체 설계는 새로운 세계를 이끄는 혁명"이라고 지칭했다. 인텔에 따르면 22나노 반도체는 기존 32나노 반도체보다 전력 소비율이 37% 향상돼 소형 기기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보다 앞서 세계 3위의 D램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일본 엘피다도 2일 25나노 미세공정기술을 적용한 2기가비트(Gb)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엘피다는 7월부터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 25나노 공정의 D램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처럼 반도체 업체들이 앞다퉈 20나노 공정기술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반도체 회로를 가늘게 그릴수록 원판인 웨이퍼 한 장당 더 많은 반도체를 찍어낼 수 있다. 그만큼 생산 개수가 증가하면서 원가 경쟁력 또한 향상된다. 똑같은 비용을 들여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면 원가가 낮아져 판매 가격이 떨어져도 손해를 덜 보고 버틸 수 있다. 결국 미세 공정 기술은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과 생존이 달린 문제다.
하지만 아무나 반도체 회로를 가늘게 그릴 수 없다. 머리카락 수 만분의 1 크기로 회로를 설계하려면 고도의 미세 가공 기술이 필요하다. 인텔의 경우 이번에 3차원 회로 설계 기술을 개발하면서 마침표 크기의 점에 600만 개의 트랜지스터 회로를 그릴 수 있다. 따라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세 공정 기술로 해당 업체의 기술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세계 D램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도 갈 길이 급해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35나노, 하이닉스는 38나노 공정기술로 D램을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경우 양산 단계는 아니지만 연구소 수준에서 20나노 공정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양산 시점에 맞춰 발표하려고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반도체는 생산 단계인 양산 시점이 중요하다. 아직까지 삼성전자는 20나노 메모리 반도체의 양산 시점을 밝히지 않고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먼저 미세 공정 기술을 확보해도 양산에서 뒤쳐지면 시장에서 밀리기 때문에 양산 시점을 중요하게 본다"며 "삼성전자의 양산 시점이 20나노 반도체 경쟁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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