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을 앞둔 증권ㆍ보험업계에 무려 30여곳의 감사자리가 생긴다. 예년 같으면 금융감독원은 '제철'을 만났다는 듯 대대적인 '낙하산 감사'투하를 준비했겠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금감원은 "한 명도 안 보낸다"고 단언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시즌에 상근 감사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는 총 24곳. 이 가운데 금감원 출신이 감사자리를 차지해 온 증권사는 16곳에 달한다. 보험업계에선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상근감사 자리는 8곳이며, 이중 4곳이 현재 금감원 출신 인사가 감사직을 맡고 있다. 이번 사태만 아니었어도 이들 자리는 당연히 금감원 출신들에게 '대물림'됐을 터.
하지만 금감원은 이미 "우리가 내보내는 것은 물론 금융회사에서 감사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오더라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5일 "한 곳도 내려 보내지 않겠다. 대신증권 등 이미 감사임명절차가 진행 중인 곳도 모두 철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일 주총 소집 결의를 한 대신증권의 경우 금감원 조사국 출신의 현 상근 감사 임기가 만료되자 회계서비스 국장 출신을 임기 2년으로 차기 감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을 상정했지만, 금감원은 이 조차도 철회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금감원 뿐 아니라 공무원, 정치권인사 등 포괄적인 낙하산 금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금융권인사는 "시중 금융회사 감사에는 금감원 출신 뿐 아니라 정부부처, 감사원, 한나라당 당직자, 대선캠프출신, 낙천ㆍ낙선인사 등도 많다"며 "금감원 출신이 배제될 경우 현실적으로 이들 몫만 커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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