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초대 경제팀을 이끌었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2기 수장인 윤증현 현 장관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공직생활의 전부를 재무부에서 보낸 정통 재무관료 출신이란 점, 그리고 경제팀 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까마득한 후배 장관'들을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박재완 신임 재정부장관 후보자는 확실히 이질적이다. 행정고시를 거쳐 재무부에서 2년 남짓 근무(서기관)하긴 했지만 누구도 그를 '재무부 출신' 혹은 '정통재무관료'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학자출신' '정치인출신'이 더 익숙하다.
또 하나 박 후보자는 '젊은 경제팀장'이다. 행시 23회 출신으로 나이는 56세. 강만수 전 장관(행시 8회)이나 윤증현 장관(10회)는 63세에 경제팀장을 맡았다. 지금 나이와 비교하면 경제팀장 연령이 10년 가까이 젊어진 셈이다.
주목할 점은 박 후보자가 '이끌어야 할' 다른 경제부처 장관들이 동년배란 사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행시 22회ㆍ55세),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 후보자(21회ㆍ58세), 김석동 금융위원장(23회ㆍ58세),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22회ㆍ56세), 그리고 김대기 청와대경제수석(22회ㆍ55세)까지. 경제팀 전원이 행시 21~23회, 나이로는 55~58세에 포진해 있다. 이 속에서 박 후보자는 오히려 나이로 보나, 행시 기수로 보나 '주니어'에 속한다.
출신고교도 그렇다. 박 후보자는 부산고 출신인데 비해, 최중경 장관, 권도엽 장관 후보자, 김석동 위원장, 김대기 수석 등 경제팀 거의 전원이 경기고 동문들로 짜여져 있다.
이는 박 후보자에게 결코 우호적 환경이 되기 어렵다. 한 경제부처 고위간부도 "한국 사회에서 나이는 무시할 수 없는 리더십 요소"라며 "참여정부 시절 김진표 전 장관이나 권오규 전 장관처럼 젊은 경제팀장이 발탁됐을 때 부처간 업무조율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정부의 한 간부는 "옛 재무부에서 강만수 전 장관이나 윤증현 장관이 국장일 때 다른 장관들은 사무관이었다. 오랫동안 상사ㆍ부하관계로 인연을 맺어왔고 나이차도 많이 나기 때문에 그런 인간관계로 경제팀을 이끈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에겐 이런 '맏형의 리더십' 혹은 '관료선배의 리더십'을 기대하긴 힘든 실정. 아무리 대통령 측근으로 '힘'이 실린다 해도, 이 한계점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팀 케미스트리(화합)에 한계를 노출할 경우 조직 장악력이 떨어져 결국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경기고-재무부 출신'에 포위된 '젊은 경제팀장'이란 점에서 리더십 확보는 결코 만만치 않은 숙제가 될 전망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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