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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 교육 뭘 지향하고 있나

입력
2011.05.0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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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있는 국제 마라톤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초ㆍ중반 레이스에 선두권으로 달리고 있다면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 상황에서 여태까지의 선전을 우승한 것처럼 비약하여 샴페인을 터트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은 승부처인 후반 레이스의 전략을 잘 짜서 곧 닥칠 극한의 세계를 현명하게 극복해 주기를 기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씨앗을 뿌리고 새싹이 돋아날 때쯤에 결실을 얻은 것처럼 착각해서도 안 된다. 추수할 때까지 단계마다 고된 작업들을 꾸준히 거쳐야만 알찬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우리들 인생의 성패도 각자 나름대로 씨를 뿌리고 긴 시간 정성스럽게 재배한 후에 추수하는 결실의 정도로 판가름된다. 또 막바지 단계에 다가갈수록 점점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양상이 마라톤과 비슷하다. 학생들이 초ㆍ중ㆍ고, 대학을 거치면서 협소한 안목 때문에 놓치기 쉽지만 매우 중요한 목표가 있다. 공부의 목표는 무엇보다도 초행길 자기 삶을 행복한 삶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상과 삶에 대한 지식을 익히고, 그들을 창으로 하여 복잡한 세상에서 선택하는 능력과 창의성을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초등학교, 중2, 고1의 수학 과학 읽기 영역에서 세계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런데 고2 이후 심화선택과정은 15 년 전부터 교차지원을 허용하여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이공계를 황폐화시켰다. 대학에서의 이공계 실력은 동아시아권에서도 이제 하위권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창의성 구현을 위한 맞춤교육보다 세계인과의 소통을 위한 영어 몰입교육과 제로섬 성격의 취업률 높이기에 정신이 없다. 평생교육은 노래, 댄스, 미술, 컴퓨터 등으로 삶을 위한 재교육과는 별개다.

우리 교육이 대외적으로는 창의성 교육을 지향하면서도, 실제로는 경쟁력과 창의성 향상의 보고인 극한지역을 이런저런 이유로 기피케 하는 잘못을 범해 왔다. 또 각 학문을 창으로 하여 삶의 지혜를 얻어야 하는데도 지식의 전수로 끝나 깨달음과 감동이 없는 교육이 되었다.

삶의 경쟁력과 창의성은 남들보다 더 크게 보면서, 보다 더 집중하여 분석할 수 있는 능력에 있으므로 학생들에게 그곳으로 갈 수 있는 탐구 도구를 최신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탐구도구가 우수해야 지성과 인성을 넓힐 수 있으며, 세상에 대한 인식력이 좋아야 세상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유적 탐사에서 삽만 가지고 일하는 팀과 붓, 호미와 포크레인까지를 이용하는 팀과의 작업 차이는 엄청나다. 소통을 위한 영어 능력이 복잡한 세상에서 삶의 문제까지도 잘 해결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따른 일방적인 판단들, 우물 밖 세계에 경쟁력이 있음에도 분별력 없는 우물 안 사고가 100% 영어강의, 대학입시에서 교차지원 등 잘못된 정책들을 낳은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잘 운영되고 있는가? 각 이슈에 대한 협소한 시각은 전체 흐름의 방향을 놓치기 쉽다. 마라톤에서 초ㆍ중반 선두권에 있어도 종반 레이스에 체력이 떨어져 하위권으로 처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 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고 1까지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는 있지만 진짜 승부처에서의 준비가 완벽하지 못했기에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서 향후 고전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현재의 발전은 결실기를 맞이한 기성세대의 업적이며, 현재 학생들이 주도할 세계는 긴 성숙기를 거쳐 미래에 나타날 것이다. 큰 안목으로 우리 교육의 목표를 점검하고, 추진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개선책을 서둘러서 마련하자. 기성세대가 후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작업이며 선물이다.

문권배 상명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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