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가 다시 늘어나 4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공공부문 선진화가 결국 비정규직 늘리기를 가져온 게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기획재정부는 예산 논리로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비정규직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법을 개정하고 기업에 규제를 가했던 정부가 자기들은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비정규직을 늘려 왔다는 것을 국민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정부가 되레 비정규직 양산
이번 기회에 정부는 공공기관에서의 인력 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보호법의 기본 정신은 '지속적인 업무는 가능한 한 정규직을 채용하고, 일시적인 업무의 경우는 부득이하게 비정규직을 허용하되 정규직과 차별대우하면 안 된다'라는 것이다. 이 원칙에 부합하게 공공기관의 인력 관리와 예산 관리가 되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첫째, 지금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는 업무가 일시적인 것이어서 정규직 채용이 도저히 어려운 것인지 공공기관별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정원을 줄이는 것만이 선진화가 아니다. 기관의 성격, 업무의 성격에 따라 합리적인 인력관리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선진화다. 그래야 공공기관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모든 공공기관에 대해 획일적으로 정원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혹은 10% 감축토록 요구하는 것은 이벤트를 위한 것이고 정부의 행정편의일 뿐이다.
현재 국가 과학기술 연구라는 중차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많은 비정규직 과학기술인력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 프로젝트가 영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원들을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으로 채용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전체 연구원 중 상당 비중이 비정규직이고 이러한 현실이 상시적인 상황이라면, 정규직 정원 관리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연구자들에게 과연 훌륭한 연구업적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공공기관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공공기관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받아온 예산이 적어서 차별을 시정할 수 없다는 변명을 한다. 예산은 해당 공공기관과 기획재정부 간의 문제이다. 그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 것은 그들의 책임이다. 왜 정부의 잘못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계속 차별을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추가 예산을 확보하든지 아니면 다른 예산항목을 전용해서라도 차별을 먼저 시정해 놓고, 예산문제는 당사자들 간에 추후 조정을 하는 것이 순리다.
셋째, 최저임금이 올라도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그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청소용역 여성 근로자들이다. 청소용역 근로자들은 물론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이 정해 주는 용역단가에 의해 그분들의 임금이 결정된다.
예산 논리에만 휩쓸려서야
그런데 공공기관이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단가를 올려주지 않아서,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근로시간을 축소하는 등의 변칙적 방법을 통해 실제 받아가는 임금은 그대로인 경우가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근로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편법으로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아가지 못하게 하는 현실을 우리가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고용노동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예산논리에 휘둘리지만 말고,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공공기관의 정원 문제, 예산 문제가 풀릴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공정사회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정부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기업도 따라오지 않겠는가?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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