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강(45) 한국고등과학원 교수는 느리다. 보통 사람의 3분의 1의 속도다. 마하의 빠르기로 돌아가는 세상 속을 그는 양 옆에 낀 목발에 온몸을 의지하면서 천천히 걸어간다.
그는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가난했던 양친은 치료 시기를 놓쳤고 아이는 소위 말하는 앉은뱅이가 됐다.
비료 포대 위에 엎드려 한 손으로는 땅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포대를 잡아 끌며 흙바닥 위를 다니는 아이를 보고 사람들은 혀를 찼다. 혼자 힘으로는 설 수도 걸을 수도 없어 기어 다니던 그는 초등학교 입학부터 거부당했다. 초등학교 교장은 "이렇게 불구가 심한 학생은 대책이 없습니다.
받을 수 없어요"라며 일언지하에 입학을 거절했다. 두 다리로 서 본적이 없는 아이를 두고 사람들은 거지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결국 그는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했고, 미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이후 카이스트, 서울대, 고등과학원 교수가 됐고 2007년에는 정부가 40세 이하의 우수한 과학자에게 주는 젊은과학자상을 받았다.
김 교수가 장애를 딛고 촉망 받는 과학자로 성장하기까지 자신의 지나온 삶을 기록한 자전 에세이 <기쁨공식> (좋은씨앗 발행)을 최근 펴내 많은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기쁨공식>
이 책에서 그는 주위의 냉대와 차별 속에서도 장애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신앙의 힘이었고 하나님이 그를 위해 마련해 둔 계획은 달랐다고 고백한다. 고통스러운 육신 안에서 이성의 꽃인 수학을 전공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하나님과 그분 안에서 발견한 기쁨 공식에 대해 저자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김 교수는 "이 책이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위로부터 오는 빚을 의지하며 처절한 인생의 바닥에서도 다음 순간을 인도하는 그분의 팔을 놓지 않는 모든 이들에게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정원 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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