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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용한 전술핵 재배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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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용한 전술핵 재배치 논란

입력
2011.05.05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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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선 예비주자들을 포함한 정치권 일각에서 미군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한마디로 희망사항일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바람지하지도 않은 명제다. 왜 그런가?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권 주장

우선 오바마 미 대통령의 글로벌 안보 어젠다 최우선 순위가 이른바 ‘핵무기 없는 세상’구현이라는 데 있다. 작년 말 상원이 비준한 러시아와의 새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2011. 2. 3. 서명)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간주한 그는 “1년 이내에 러시아와 전술핵무기(TNW) 감축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대의회 메시지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워싱턴에 이어 2012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NSS)도 오바마의 의중이 십분 반영된 행사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반도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핵안보 정상회의를 열면서 전술핵무기를 재반입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둘째,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니 협상 카드로 또는 조건부, 한시적으로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데, 이는 북한을 너무도 모르는 소치이다.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전후해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유일한 길은 핵 보유 당사자간의 핵 군축”이라며 노골적으로 북미 핵군축협상이라는 억지주장을 펴왔다. 최근의 주장은 북한에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된다.

셋째, 북한 핵실험(무기)이 베일에 가려 있어 그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핵 대응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저들의 또 다른 대량살상무기(WMD)인 ‘화생무기’의 가공할 위협을 간과하는 것이다. 대량살상무기는 ‘유용한’(useful) 것과 ‘가용한’(usable) 것을 구별해야 한다. 핵무기는 분명 전장에서 유용한 무기이지만 한두 번의 실험만으로 가용한 무기가 되는 것이 아니다. 명실상부한 핵 보유국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P5)이 1945년 이래 2,000회 이상의 핵실험을 거쳤다는 것은 이를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다.

핵무기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으나 화학무기는 1960년대 이후 예멘(1963~1967), 아프간(1979~1983), 이란-이라크전(1980~1988) 등 5차례나 사용돼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북한이 유사시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1,000여문의 장사정포를 통해 화학탄 공격을 가해 올 때 그 참상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따라서 북측의 미숙한 ‘핵무기’보다 현실적으로 ‘가용한’ 대량살상무기인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 한층 더 시급한 현안이다. 우리에게 더 절박한 북의 안보위협은 스커드 미사일이나 특수전 병력의 남한침투를 통한 공격이다. 이로 인해 우리의 동남부 해안지대에 주로 위치한 21개의 원자력발전소(냉각시스템 피격 등)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방사능 누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끔직한 상황도 상정해야 한다.

미의 핵우산 담보 강화가 초점

결론적으로 전술핵의 재배치 여부 논란은 동맹국인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지력)을 여하히 확실하게 담보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실현성이 적은 ‘재배치’보다 일본의 보수ㆍ우익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군 잠수함발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SLCM)에서의 전술핵(W80) 해체계획(2013년 예정)을 북핵의 ‘사정변경’을 이유로 연기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등 미국의 대한(對韓) ‘핵억지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응책이라 하겠다.

김경수 명지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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