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관절 내시경시술 95% 성공률 보유교수오십견과 비슷한 회전근 개 파열 내시경 수술로 재활기간 줄여
미국에 사는 주부 김모(62)씨는 몇 년 전부터 어깨 통증이 심해 고생했다. 운전 중 후진할 때에는 오른쪽 어깨를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아팠고, 뒷좌석 물건을 꺼낼 때면 칼로 찌르는 듯하게 아파 견디기 힘들었다. 미국 병원에서는 어깨힘줄이 찢어진 '회전근 개 파열'이라며 어깨를 절개하는 수술을 권했다. 수술해야 할까 고민하던 김씨는 마침 한국에 들른 김에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어깨를 절개하는 대신, 관절 내시경으로 시술한 뒤 12주 정도 재활치료만 받으면 된다"고 했다. 김씨는 한국에 가서 치료하라던 이웃의 조언을 듣기 잘했다고 생각하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회전근 개 파열 수술 성공률 95%
우리 의료기술 가운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분야가 적지 않다. 어깨 질환 분야도 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오주한 분당서울대병원 관절센터 교수는 국내에서 최고의 '어깨 전문가'로 손꼽힌다. 10여 년 전 어깨관절 분야를 정형외과의 독립 진료과목으로 자리잡게 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오 교수의 주특기는 관절 내시경 시술이다. 지름 4~5㎜ 작은 절개창에 내시경을 넣어 끊어진 힘줄을 연결하거나 파열된 연골을 붙이고, 줄어들거나 굳은 관절을 원상 회복시켜 주는 수술이다. 관절 내시경 시술은 마취로 인한 부작용과 세균 감염 위험을 줄이고 대량 출혈과 합병증 발생률을 낮춰, 어깨를 크게 절개하는 수술보다 훨씬 안전하고 재활기간을 줄일 수 있다.
오 교수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1,500여 건의 어깨관절 내시경 시술을 했다. 최근에는 월 평균 50여 건에 달하는 시술을 하며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조기 회전근 개 파열 시술의 경우 95%를 넘는 성공률을 자랑한다. 이외에 관절 내 연골을 매듭 짓지 않고 봉합하는 '무매듭 봉합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방법은 기존 봉합법에 비해 합병증 발생률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회전근 개 파열 수술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오 교수는 왕성한 연구 활동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2007년 이후 30편의 제1저자 논문과 50편의 공저 논문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저널에 발표했다.
어깨관절은 우리 몸의 다른 관절들과 달리, 상하좌우와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이렇게 움직임의 폭이 크다 보니 그만큼 다치기도 쉽다. 어깨관절 부위에 생기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회전근 개 파열, 어깨 탈구, 석회성 건염, 슬랩(상부관절와순 병변), 어깨관절 다방향 불안정성 등 생소한 이름만큼이나 진단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어깨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전문 의료진에게 진단을 받아야 한다.
-어깨 질환이라면 오십견을 떠올리기 쉬운데.
"어깨가 아프면 막연히 오십견으로 여기며 증상이 저절로 나아질 것이라 믿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전체 어깨관절 환자 가운데 오십견은 5~20%에 불과하다. 실제로 중년에서 가장 흔한 어깨질환은 어깨 충돌 증후군과 어깨 힘줄 파열이라고 부르는 회전근 개 질환이다."
-오십견과 회전근 개 질환은 어떻게 다른가.
"오십견은 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낭이 염증으로 인해 붙어버려서 생기는 질환이다. 마치 어깨가 얼은 것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자지러지게 아프다고 해서 동결견이라고도 한다. 반면에 회전근 개 질환은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 어깨 힘줄이 끊어지거나 그 부위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무릎뼈 사이의 연골이 닳아서 무릎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는 것처럼, 어깨뼈 사이에 있는 힘줄이 닳는 퇴행성 질환이다. 회전근 개 질환은 어깨 힘줄에 염증만 생긴 경우를 비롯해, 부분적으로 끊어진 경우와 완전히 끊어진 경우,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긴 관절염까지 모두 통칭하는 질환군이라 할 수 있다. '충돌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증상으로 두 질환을 구별할 수 있나.
"오십견은 어느 방향으로 팔을 올리거나 돌려도 팔이 잘 안 돌아가면서 어깨 전체에 통증이 있다. 어깨가 굳어서 아무리 팔을 들어올리려 해도 올라가지 않고 움직일수록 통증은 더 심해진다. 반면에 회전근 개 파열은 대개 관절이 움직이는 운동 범위는 정상인 경우가 많다. 팔을 특정 각도로 들어올릴 때에만 아픈 경우가 많다. 힘줄이 끊어졌는데 어떻게 팔을 들어올릴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힘줄이 파열돼도 주변의 다른 근육에 의해 관절을 움직일 수 있다. 물론 힘줄이 심하게 파열된 경우에는 스스로 힘으로 팔을 들어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오십견 환자의 50%는 회전근 개 파열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어깨가 아프면 어떤 질환인지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한다."
-오십견 환자에게 회전근 개 파열이 잘 생기는 이유는.
"오십견 환자에게 회전근 개 파열이 잘 생기는 것이 아니라, 회전근 개 파열의 한 증상으로 흔히 말하는 오십견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오십견이라는 증상 뒤에 회전근 개 파열이라는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으므로 그것을 확인하고 제대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두 질환의 치료법이 다른가.
"오십견 치료는 통증을 줄이고 어깨의 운동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통증은 약물과 주사로 염증을 치료하면 저절로 해결된다. 그러나 어깨의 운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약으로 통증이 사라졌다고 운동을 게을리하면 다시 통증이 생기면서 증상이 재발된다. 오십견은 대부분 수술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회전근 개 파열은 상황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힘줄이 절반 이상 끊어졌다면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회전근 개 파열인 경우에는 수술만큼이나 수술 후 재활치료가 중요한데, 재활치료는 대개 수술 후 4~5개월 동안 받게 된다."
-어깨를 건강하게 지키려면.
"무엇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푹신한 의자보다 약간 딱딱하면서 팔걸이가 있는 의자가 좋다. 의자에 앉을 때에는 팔을 팔걸이에 얹고 엉덩이를 등받이 쪽으로 깊숙이 넣은 뒤, 발바닥이 바닥에 닿도록 하는 게 좋다. 운전할 때 핸들 위쪽을 잡으면 어깨가 들리는 자세가 되므로, 핸들 아래쪽을 잡는 게 좋다. 한쪽 팔만 너무 집중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침대는 지나치게 푹신하지 않은 것을 쓰며, 베개는 낮을 것이 좋다. 누울 때에는 옆으로 눕거나 엎드린 자세보다는 똑바로 눕는 게 어깨에 무리를 덜 준다. 평소에도 어깨를 수시로 스트레칭하고 벽을 짚고 윗몸 일으키기를 하거나 간단한 아령운동 등을 하면서 어깨 주변의 근육을 단련시켜야 어깨질환을 막을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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