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비준안 與 단독처리]일부 野의원들 필리버스터 시도…진통 끝 朴의장 "가결" 선언
4일 밤 10시3분께, 국회 본회의장. 한나라당 의원 150여명과 민주당을 제외한 일부 야당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300회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놓고 이날 하루 종일 진통을 거듭한 끝에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에 나선 결과였다.
이에 앞서 비준안 처리를 막으려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의원들이 의장석 점거에 나섰지만 곧 국회 경위들에 의해 밀려났다.
찬반토론에서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오늘 본회의는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사실상의 불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정희 대표는 토론시간을 넘겨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10여분 간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유통법과 상생법은 한ㆍEU FTA와 충돌해 무력화된다"며 "유일한 대책은 재협상뿐"이라고 강조했다. 강기갑 의원도 마찬가지로 반대토론을 계속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길어지는 반대토론에 "그만하라"고 야유를 보내더니 즉각 국회법 108조에 의한 토론종결 동의안을 발의해 민주노동당의 필리버스터 무력화에 나섰다.
반대토론을 계속하려던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왜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박희태 국회의장에 따졌지만 토론종결 동의안은 표결에 부쳐져 즉시 가결됐다. 필리버스터 시도나 토론종결 모두 우리 국회에서는 낯선 광경이었다.
토론이 종결된 것은 10시45분께. 이어 본회의 시작 45분 만인 10시48분 박 의장은 야당 의원들의 고성 속에 "비준안이 가결됐다"고 선포했다. 이날 표결에서 농림수산식품위 소속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은 유일한 반대표를 던졌다. 몇몇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권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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