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에서 술에 취한 새들이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떼죽음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로 야생 딸기가 일찍 익어 이미 발효가 시작됐는데, 무심한 새들이 이것을 쪼아먹고 '음주 비행'을 한 것. 하룻동안 100여 마리가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절반이 머리가 깨져 죽었다. 주민들은 딸기 주변에 그물을 씌워 새들의 '음주'를 원천봉쇄 했다. 2005년 2월 AP통신의 보도다. 술 취한 새들이 유리창에만 부딪혔을 리 없고, 그 보도가 전부이진 않을 터. 새들도 음주 상태에선 유리창과 하늘이 헷갈리는 모양이다.
■ 러시아에선 비행기 조종사들의 음주가 큰 문젯거리다. 2009년 9월 14일 국내선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88명 전원이 사망했는데 기장의 체내에서 알코올이 검출됐다. 그 해 12월 28일 국영항공 국제선 여객기에서 이륙 직전 기장이 교체됐다. 얼마 전의 사고를 기억하던 승객들이 기내방송을 듣고 "기장의 혀가 꼬부라진 듯하다"며 항의했기 때문이다. 기장은 전날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과음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항공사 관계자는 "조종사의 일이란 버튼 몇 개 누르는 것 뿐이고, 부기장도 타고 있는데…"라며 승객들에게 눈을 흘겼다고 한다.
■ 음주 비행의 경우 터널시야(Tunnel Vision) 현상이 두드러진다. 어두운 터널을 고속으로 달리면 주변은 전부 시커멓고 멀리 터널의 출구만 하얀 점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자동차나 자전거도 음주 운행이 위험한 데 비행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스웨덴 국제공항에서는 아예 경찰의 단속차량이 활주로 곳곳을 누비며 조종사의 혈중알코올 농도를 검사하고 있다. 영국 국영항공사는 단속 기준을 높이고 스스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신뢰를 쌓는다. 미국 일본에선 과할 정도로 처벌 수위가 높다.
■ 그제 아침 김해공항에서 국내선 항공기 기장이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지난해에도 여러 건 있었다. 우리 항공법은 항공종사자와 객실승무원의 음주를 엄금하고 있다. 국토부 운항기술기준은 항공사가 승무원의 5% 범위에서 무작위로 음주측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데 조종사들이 이를 싫어한다고 소홀히 하는 모양이다. 2005년 조종사 파업 당시 '5% 음주측정 중단'이 요구사항 중에 들어 있었다니 새삼 기가 찰 노릇이다. 항공종사자 중 관제탑 근무자들은 업무교대 때마다 음주측정을 하고 있다. 비행기 조종사들이 그다지도 특수ㆍ특권층인가.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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