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고 있는 농협 통장은 1985년, 진해에서 첫 발급을 받았다. 국어교사 시절 급여통장이었다. 교사 첫 월급이 30만원에서 조금 모자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 통장을 지금까지 친근한 ‘지갑’처럼 사용했다. 그 통장은 내 원고료 통장이다. 전업시인을 자처하며 살면서는 그 통장으로 입금되는 이런저런 원고료, 저작권료 등으로 생활했다. 그건 농협에 대한 신뢰였다. 처음엔 농협에 통장을 들고 가서 돈을 찾고 저금을 했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은행 이용이 편리해졌다. 현금카드도 생겼고 인터넷뱅킹도 할 수 있게 됐다. 요즘은 입·출금을 휴대폰 문자로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은행에 확인하지 않아도 어디서 얼마의 돈이 들어오고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또 농협 BC카드만 사용한다. 그동안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이번에 농협 해킹사고가 터졌다. 그동안 농협과 나와의 긴 인연이 있었기에 농협을 믿고 기다렸다. 이번 사고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더니 드디어 북한의 소행이라는 발표까지 나왔다. 북한 정찰총국의 사이버테러라는 것이다. 그 말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농협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은행이다. 나는 농협 통장에 있는 금액 중에서 BC결제금액만 남겨두고 모두 인출해버렸다. 27년간 나는 농협의 좋은 고객이었지만 농협은 더 이상 내가 신뢰할 수 없는 은행이 되어버렸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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