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농협 예금을 인출하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농협 예금을 인출하며

입력
2011.05.04 05:53
0 0

내가 가지고 있는 농협 통장은 1985년, 진해에서 첫 발급을 받았다. 국어교사 시절 급여통장이었다. 교사 첫 월급이 30만원에서 조금 모자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 통장을 지금까지 친근한 ‘지갑’처럼 사용했다. 그 통장은 내 원고료 통장이다. 전업시인을 자처하며 살면서는 그 통장으로 입금되는 이런저런 원고료, 저작권료 등으로 생활했다. 그건 농협에 대한 신뢰였다. 처음엔 농협에 통장을 들고 가서 돈을 찾고 저금을 했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은행 이용이 편리해졌다. 현금카드도 생겼고 인터넷뱅킹도 할 수 있게 됐다. 요즘은 입·출금을 휴대폰 문자로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은행에 확인하지 않아도 어디서 얼마의 돈이 들어오고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또 농협 BC카드만 사용한다. 그동안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이번에 농협 해킹사고가 터졌다. 그동안 농협과 나와의 긴 인연이 있었기에 농협을 믿고 기다렸다. 이번 사고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더니 드디어 북한의 소행이라는 발표까지 나왔다. 북한 정찰총국의 사이버테러라는 것이다. 그 말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농협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은행이다. 나는 농협 통장에 있는 금액 중에서 BC결제금액만 남겨두고 모두 인출해버렸다. 27년간 나는 농협의 좋은 고객이었지만 농협은 더 이상 내가 신뢰할 수 없는 은행이 되어버렸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