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국내 최대 굴뚝산업 밀집지역입니다. 그 환경오염 부담을 시민들이 다 안고 살고 있어요. 암 발생 비율이 유독 높다면 그걸 의심할 수밖에 없지요."
전국 수출 1위,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1위의 산업도시 울산이 불명예스럽게 시민들의 암 발생 비율이 전국 최고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지역 환경단체들은 "산업집중의 부메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정부차원의 중ㆍ화학공업단지로 덩치를 키워 세계적 생산단지(조선 1위, 자동차 5위, 석유화학 4위)로 성장했지만 그 부산물로 발암성을 지닌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국내 최대 배출 지역이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95년 대기환경보전법을 근거로 울산ㆍ미포 및 온산공단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부작용을 관리해오고 있다.
특히 환경부는 주민건강을 우려해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2003년부터 20년 일정으로 울산시민을 대상으로 '환경오염 노출수준 및 생체지표 모니터링' 등 장기 '코호트조사'(일정집단에 대해 경과와 결과를 추적 조사)사업을 벌이고 있다. 매년 조사대상 주민들의 혈액과 소변의 중금속 및 유기화합물 등의 검출빈도와 농도를 측정하고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여서 주민건강 영향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이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계절별로 8일간 울산ㆍ온산공단과 인접 5개 지점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중금속 농도를 측정한 결과 발암성물질 벤젠이 대기환경기준치를 10배 가까이 초과하고, 온산공단에서 중금속인 납의 농도가 환경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환경오염은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환경과학원 측은 "주민 노출 수준을 고려한 위해성 평가결과, 미국 환경보호청이 정한 위해관리수준을 초과하는 물질은 없었지만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비소, 카드뮴 등이 일반 대기수준보다 높아 배출량 저감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울산의 열악한 의료현실도 문제다. 광역도시이면서도 아직 암센터조차 없고, 지역 암환자가 울산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경우는 54%에 그쳐 자체 의료충족률이 전국 최하위다. 이런 탓인지 2008년과 2009년 연속 전국 폐암 사망률 1위를 기록했다.
오영애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다른 도시는 공장이 없는 게 문제지만 울산은 너무 많은 게 큰 문제"라면서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환경오염 부담을 줄여야 하는데 시는 계속 공장증설 허가와 산업단지 확대정책을 펴고 있어 먼 훗날 큰 재앙으로 돌아오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울산=목상균 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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