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벌어진 이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Free Iran'(이란에 자유를)이라 쓴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한 이란인에게 난민 인정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이인형)는 기독교로 개종하려고 결심한 뒤 한국에 입국해 이란의 불공정 선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던 이란인 K씨가 "본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수 있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난민인정 불허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이슬람 가정에서 태어난 K씨는 2003년 기독교로 개종을 결심, 2009년 4월 한국의 한 검도단체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온 뒤 개종했다. 그 해 이란이 대통령선거 부정으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상황에서,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월드컵 최종 예선전을 관람한 K씨는 관람석에서 'Free Iran'이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K씨와 이란인들의 시위 모습은 로이터 뉴스로 방영됐고 유튜브에도 게시됐다. 당시 이란 대표팀과 동행했던 정부수행팀은 K씨의 시위에 강하게 항의했다.
K씨는 이란으로 돌아가면 박해가 예상된다며 한국에 난민 신청을 했으나 법무부는 "이란에서도 기독교 활동이 가능하고 K씨는 신앙의 자유를 위해 입국한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을 위해 입국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K씨가 비록 이란을 떠나기 전부터 반정부 활동을 했거나 이를 예정한 것이 아니더라도 난민 인정에 장애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K씨가 한국에 온 후 지속적으로 기독교 신앙생활을 했고 이란 내에는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며 "이란 정부 관계자들이 K씨의 시위를 기록해 둔 점, 세계적 언론사가 이를 취재해 방영한 점 등으로 볼 때 K씨가 이란으로 송환되면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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