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부모를 못 만나고 해외로 떠나 보내는 게 마음 아프지만, 더 많은 기회 속에서 사랑 받으면서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해외 입양 예정 아기 50명의 합동 돌잔치가 열렸다.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동방사회복지회가 주최하고, 한화L&C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200여명의 위탁 가족, 자원봉사자 등이 참석해 아이들의 첫 생일을 축하했다.
돌 사진 촬영, 돌잡이 등 여느 돌 잔치와 다를 바 없었다. 실타래 마이크 등을 앞에 둔 아기들이 돌잡이를 할 때마다 "그것 말고, 옆에 연필! 연필!"이라는 위탁모의 탄성과 안타까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행사장은 아이들을 위한 생일축하 노래로 가득 찼다.
하지만 축하의 박수소리 한 편으로 참가자들의 안타까움이 묻어 나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50명 중 40명은 국내에서 가정을 찾지 못한 남자 아이"라고 말했다. 입양을 원하는 대부분의 부모가 여아를 선호하는 데다, 혼혈 혹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기피하는 탓에 결국 해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3개월이면 대부분 입양 가정이 결정되는 국내 입양아와 달리 위탁 생활이 1년 이상 길어져 오늘 돌 잔치를 합동으로 열게 됐다.
돌잔치가 진행되는 내내 자원봉사자의 품에 안겨 울어댄 주은(가명)이는 지난해 4월 태어날 때 몸무게가 790g에 불과한 미숙아였다. 위탁모 최순미(43)씨는 "주은이가 우유를 먹을 때마다 청색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몇 번이고 위험한 순간을 넘겼다"며 "지금도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지만 아무 탈없이 자라 준 아이에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주은이는 올 여름 두 남매가 있는 미국 가정에 셋째로 입양될 예정이다.
구순구개열(언청이)로 생후 5개월 만에 수술을 받은 민지(가명) 의탁모 김점분(65)씨는 "수술 받기 전까지 아이에게 우유 먹이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구순구개열로 태어난 아이는 젖병 입구에서 우유가 조금만 많이 나와도 기도가 막히기 때문. 김씨는 "사주팔자까지 따지는 한국 입양 부모 누구도 민지를 원하지 않았다. 28년간 위탁모를 했지만 민지 같은 병이 있는 아이를 국내 부모가 입양한 사례는 한 번도 못 봤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민지의 돌 사진 촬영을 지켜보던 김씨는 "양부모를 만나 아프지 않고 귀여움을 받고 자라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며 "미국은 언청이에 대한 편견도 없으니 활달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민지는 돌잡이에서 자기 앞에 놓인 실타래 마이크 연필 비행기 뿅망치 중 망설임 없이 뿅망치를 골랐다. 뿅망치는 판사봉 대용으로 놓았다.
이날 생애 첫 생일 축하를 받은 아이들은 3개월 내 호주나 미국 등 해외로 입양된다. 동방사회복지회 김진숙 회장은 "국내에서 부모를 찾지 못하고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에게 마련된 뜻 깊은 자리"라며 "아이들이 해외 입양 후에도 한국에서의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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