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 째 맞는 봄의 실내악 제전은 언어 유희(punning)가 주는 즐거움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2011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내건 테마 'pianissimo'와 그 중의 한 무대 'quintessence'에는 주최 측의 유머 감각이 봄바람처럼 다가온다.'피아노(piano)'에 강조의 뜻을 지니는 어미(issimo)를 붙였다.
11~22일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호암아트홀 등에서의 주 무대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3~31일 펼쳐지는 프린지페스티벌 등은 덩치 큰 무대에 밀려 됫박 신세 같기만 했던 실내악 진영의 역량이 결집된 자리다. 강충모씨와 피어스 레인 등 19명의 피아노 주자, 강동석 백주영씨 등 10명의 바이올린 주자, 양성원씨 등 7명의 첼로 주자를 비롯해 모두 54명이 출연한다. 현대 피아노가 출현하기 직전의 형태인 포르테피아노를 무대에 올려 전문 연주자인 멜빈 탄의 연주를 감상할 수도 있다. 현재 국내에 두 대뿐인 이 악기의 실연은 19, 20, 22일 펼쳐진다.
'quintessence'란 원래 정수 혹은 핵심을 뜻하지만 여기서는 오중주(quintet)의 요체(essence)를 축약한 말이 됐다. 12일 세종체임버홀에서 펼치게 될 '다섯 에센스' 무대에 오를 베토벤의 '피아노와 관악기를 위한 5중주' 등은 말마따나 음의 조화는 물론, 시각적 효과로도 흔치 않은 즐거움을 선사할 전망이다.
이 행사의 조직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은 이번 행사에 맞춰 첫 음반 'Seoul Spring Festival'을 내놓았다. 지난 5년간 펼쳤던 무대 중에서 골라 프랑스의 빌레파바에서 녹음한 이 두 장짜리 앨범은 한국 실내악의 수준을 가늠할 자료로서의 가치도 지닌다(Universal). 음반 사업과 관련, 주최 측은 "기금을 조성, 앞으로 적어도 3년에 한 번은 발표할 것"이라 밝혔다.
'동ㆍ서양의 만남'(2006년 1회) '민속음악 하모니'(2007년) 등으로 주제와 문제의식을 갖고 이어져 온 이 행사는 여섯 살을 맞아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술감독 강동석씨는 "이 행사는 문화 다양성의 상징"이라며 "아직까지 한국에 실내악 축제에 걸맞은 홀이 없다는 사실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공동 주최자인 서울문화재단의 안호상 대표 이사는 "대관령과 통영시의 국제 음악제 같은 지속적인 세계적 축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첼로 주자 양성원씨는 "초연곡은 분명 새로운 청각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연주자들도 바짝 긴장되게 하는 축제"라고 말했다. 10일(프리뷰)과 15일(덕수궁 공연) 무대를 무료로 잡아 둔 것은 팬 서비스다. (02)720_390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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