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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64> 의처증과 의부증, 참 잘 만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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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64> 의처증과 의부증, 참 잘 만났네요

입력
2011.05.0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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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가 문제일 뿐

매우 열렬한 연애 끝에 결혼한 부부가 있습니다. 당사자들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결혼해서 예쁘게 잘 살 것이라고 믿었지요. 하지만 남편을 향한 아내의 사랑이 지나쳤던 걸까요, 결혼 후 남편에게 몹시 집착했습니다. 사회생활을 전혀 안 해 본 탓인지 남편의 일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루에도 서너번씩 남편과 화상통화를 하면서 누구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남편의 귀가가 좀 늦어진다 싶으면 휴대폰, e메일은 물론 속옷까지 검사합니다. 심지어 냄새도 맡는다더군요. 출장을 가는 데도 왜 가느냐고 따질 정도입니다. 완벽한 의부증이지요.

40대 중반의 어느 직장여성은 남편의 의처증으로 곤란을 겪는 경우입니다. 그 연령대가 되면 자녀들도 거의 다 자라고, 부부가 서로를 조금은 놔주는 게 정상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녀는 늘 정각에 칼퇴근을 해야합니다. 갑작스럽게 잡힌 회식이나 약속은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가정에 충실해서일까요? 아닙니다. 늦으면 남편이 싫어해서랍니다.

그래서 직장도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곳만 골라 다닌다더군요. 숨이 막혀서 못 살 것 같은데, 아내를 나름대로 행복하게 해주는 능력이 남편에게 있나 봅니다.

두 사람을 보며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의처증 남성과 의부증 여성이야말로 천생배필이 아닌가 하고요.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만 하는 사랑방식이 비슷하니 서로를 잘 이해하지 않을까요.

어찌보면 어느 정도의 의처증, 의부증은 정신병이 아니라 결혼의 단면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는 그 사람 밖에 안 보이고, 그 사람 생각만 하게 됩니다. 그 증상의 수위가 문제일 뿐이지요. 내 관심을 상대가 감당할 수 있으면 사랑, 그렇지 못하면 의처증이나 의부증으로 규정되는 것입니다.

물론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어떠한 실수로 전과가 있어 신뢰를 잃었을 때 이런 상황까지 오고마는 케이스도 많습니다. 특히 바람둥이 남성은 자신의 시각으로 상대를 보므로 의심이 많은 편입니다. 이런 사람은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과 교제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지요. 자기 생활을 빤히 아니까 빠져나갈 여지가 적어지거든요.

앞의 사례에서도 보듯 전업주부에게는 의부증세가 많다고 합니다. 단조로운 생활로 인해 배우자에게 관심을 쏟게 되고, 그것이 지나쳐 의심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지요.

우선이되 전부는 아니다

의부증, 의처증은 상대를 많이 사랑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이런 증세가 없다고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그보다는 성격적인 영향이 큽니다. 예를 들어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는 예민한 성격이라면 결혼할 때 자신과 유사한 성격보다는 소탈한 상대를 만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극과 극이 만나면 파국으로 치달을 개연성이 있으니까요. 남녀관계는 상대적입니다.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상대에 따라 결혼생활은 크게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의처증과 의부증, 그 해결법은 2가지입니다. 하나, 시간이 약입니다. 나이가 들어 늙으면 열정이나 관심도 점점 사그라듭니다. 하지만 사랑할 시간도 많지 않은데, 늙기를 기다리다니요. 극복하려고 노력해야지요. 둘, 마음의 그물구멍을 넓히는 겁니다. 그물구멍이 촘촘하면 작은 문제도 다 걸리는 법입니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상대에 대해 조금은 관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웬만한 일들은 다 구멍으로 빠져나가게 되겠지요.

부부는 서로를 우선으로 대하되 서로를 전부로 여겨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일이 있거나 취미생활을 해서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야 삶이 단조롭거나 공허하지 않게 됩니다.

의처증에 오랫동안 시달리던 여성이 치매에 걸렸답니다. 기억을 대부분 잃고 어린이처럼 돼버렸는데도 남편만 보면 “저 아저씨 싫어!”라며 도망을 가더랍니다. 배우자의 기억에 어떤 사람으로 남기를 원하십니까.

■ 남녀본색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이혼한 남녀들을 조사했다. 상대방의 부정행위 탓 이혼과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이혼 이후 재혼을 결심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파악했다.

상대방의 부정행위로 이혼한 회원 365명(남147·여 218명), 부정행위 외의 사유로 이혼한 회원 1971명(남 1073·여 898명)을 대상으로 이혼 일자와 선우 회원가입 일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부정행위로 인해 이혼한 남성은 재혼을 결심하기까지 평균 24개월이 소요됐다. 부정행위 외의 사유로 이혼한 남성의 29.9개월보다 약 6개월이 일렀다. 또한 남편의 부정행위로 인해 이혼한 여성은 재혼을 결심하기까지 평균 31.8개월이 소요됐는데, 부정행위 외의 사유로 이혼한 여성의 36.4개월보다 약 4.6개월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의 부정행위로 인해 이혼한 이들이 그 외의 사유로 이혼한 사람들보다 더 일찍 재혼을 결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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