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 파키스탄에 불똥이 튀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인줄 알았던 파키스탄이 미국을 배신하고 사실상 빈 라덴을 보호해왔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미국 쪽에서 쏟아지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왜 워싱턴(미국)은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단독으로 수행했나 하는 불편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이 빈 라덴의 자국 내 거주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해도 살 법 하다. 빈 라덴의 은신처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겨우 50km 떨어진 아보타바드에 있었다. 게다가 이곳에는 파키스탄의 사관학교와 군부대가 주둔해 있다. 파키스탄은 정보국 조직도 잘 갖춰져 있다.
그래서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파키스탄 내에선 군부와 정보국이 이슬람 무장세력에 동정심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그 동안 빈 라덴의 파키스탄 내 도피를 당국이 사실상 묵인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때문에 “빈 라덴이 그곳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는지 파키스탄은 미국에 설명해야 한다”(조 리버맨 상원의원), “파키스탄에서 빈 라덴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 담당 보좌관) 등의 발언이 미국에서 잇따랐다.
미국으로선 분통이 터질 일이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은 10년이나 빈 라덴을 추적해왔는데 파키스탄이 귀띔도 없이 그를 보호했다는 추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테러와의 전쟁 지원 명분으로 매년 20억 달러(2조1,000억원) 안팎을 파키스탄에 지원해온 미국이다. 프랭크 로텐버그 상원의원은 “추가 지원을 하기 위해선 파키스탄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같은 편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파키스탄의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해명성 글을 기고하며 의혹 진화에 나섰다. 그의 글은 “1일 공동작전을 벌이진 않았지만 10년 동안 미국과 파키스탄은 빈 라덴 제거를 위해 협력해왔다”는 내용이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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