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됐다. 수염이 길어 노인인 줄 알았는데 54세다. 미군이 그를 사살한 곳이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이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신장웨이우얼자치(新疆維吾爾自治區)까지 연장 800km의 카라코람하이웨이가 있다. 아시아에서 제일 험한 도로인데 산악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길이다. 그 길 때문에 이슬라마바드를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다. 혹시 그때 빈라덴과 스치지 않았을까? 그의 현상금이 2,500만달러(약 267억원)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미국은 ‘환호’ ‘열광’하고 있지만 2001년 9ㆍ11테러 이후 10년간 그를 잡지도 못하고 쫓고만 있었다는 것이 새삼 의아스럽다. 이 같은 생각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즐겨본 탓이리라. 영화 속의 미국은 전지전능하다. 국내외 ‘깡패’는 물론, 심지어 외계인까지 관리하는 정의의 나라가 미국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미국은 가히 세계 경찰이다. 지구를 지키는 나라가 미국인데 전 세계를 테러공포에 떨게 한 단 한 사람을 잡는 데 10년 세월 동안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대우그룹 회장이었던 김우중씨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한 말이 맞다. 그 사람도 5년8개월간 유유자적 숨어 지내다 잡히지 않고 자수했다. 가히, 세상은 넓고 숨을 곳은 많다. 더 이상 영화 속의 미국을 믿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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