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P아지던 지난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700석)은 최근의 발레 붐을 보여 주는 듯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발레 ‘코펠리아’를 보러 온 어린이와 일반인 관객들은 해설자로 중간중간 등장하는 발레리노 김준희씨의 능청스러운 기본 동작 설명에 질문까지 하며 웃고 떠들었다.
E.T.A. 호프만 단편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원래 괴짜 코펠리우스 박사가 인형에 혼을 불어넣어 사람으로 만들려 하는 내용의 고전발레다. 하지만 국빌발레단 공연은 코펠리우스 박사가 인형에 숨을 불어넣는 이유를 죽은 부인을 살려 내려는 것으로 해 인형과 박사의 관계를 재설정을 하는 등 작품을 재해석하고 의상 무대 동작 등에서 만화 분위기를 냈다. 고전발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 발레인 셈이다.
30일 코펠리아 역할을 맡은 박슬기씨는 절도 있는 정지 동작으로 인형의 느낌을 잘 살리는 연기를 했다. 마을 처녀 스와닐다 역의 김리회씨는 수십 번 회전하는 푸에테 동작에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마을 총각인 프란츠 역의 정영재씨는 점프해 오랜 시간 체공하며 발을 교차하는 바투 동작 등을 선보이면서도 감정 연기까지 충실하게 해 탄성을 자아냈다.
수석무용수 중심이 아닌 중견 단원 위주로 캐스팅해 이들이 드라마 위주의 공연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8일까지 계속되는 ‘코펠리아’의 5일 공연은 이미 매진된 상태고, 나머지도 70~90%가 팔렸다. 발레단은 21, 22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또 다른 창작발레 ‘컨버댄스(Converdance)’를 올려 디지털 음악, 재즈, 연극 등을 소재로 춤춘다.
최태지 단장은 “어린이날이 있는 5월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면서도 흔한 갈라 형식이 아닌 레퍼토리를 고민하다가 서울발레시어터가 쉽고 재미있게 재창작한 이 작품을 들여와 지난해부터 키우고 있다”며 “앞으로 창작 공연을 더 많이 해 발레 대중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발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