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 책임론만 난무
한심하고 맥 빠진 연찬회였다. 2일 4ㆍ27 재보선 참패로 벼랑 끝에 내몰린 한나라당이 "당의 활로를 찾아보자"며 의원 연찬회를 열었지만 진정한 자기 반성은 없었고, 모호하고 추상적인 책임론만 난무했다. 대다수 친박계 의원들은 침묵하면서 친이계와 중도파 의원들의 말싸움을 지켜보기만 했다.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전 대표는 물론이고 이상득 의원, 이재오 특임장관 등 이른바 당의 실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연찬회장을 찾지 않았다. 참석한 의원들은 주류 2선 후퇴론 등을 놓고 논쟁을 벌였지만 내실을 살펴보면 김빠진 연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오전9시 국회 연찬회장을 찾은 의원들은 소속 의원 172명 중 140명. 하지만 중간중간 자리를 뜨면서 의원들은 90명 정도로 줄었다. 연찬회가 끝날 무렵 자리를 지킨 의원은 70여명.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지만 가장 기본적인 성실성부터 재검토해봐야 한다"(조진형 의원)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외형 못지 않게 연찬회 내용도 부실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청와대와 당 주류를 향한 거센 공격은 연찬회장 안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청와대나 주류의 책임이 거론되긴 했지만 모호했다. 청와대 참모들을 비판하거나 회전문 인사의 문제를 지적했을 뿐이다.
의원들은 인적 쇄신의 필요성과 책임론을 얘기하면서도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비주류 친박계 의원들도 대체로 말을 아꼈다. 발언자로 나선 의원 51명 가운데 친박계는 이성헌 최경환 조원진 이상권 의원 등 8명 정도에 불과했다. 연찬회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 친박계 의원은 "친박 측이 주류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당 위기를 불러온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친이ㆍ친박 갈등으로 또 몰아갈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주광덕 의원은 연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이 작년 지방선거 패배 당시 보다 오히려 덜한 것 같다"고 총평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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