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를 배후 조종한 것으로 지목된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1일 미군에 의해 사살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제 심야 긴급 성명으로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고 "테러와의 전쟁에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미국의 집요한 추적에도 살아남았던 빈 라덴은 이날 파키스탄 북쪽 은신처에서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고 미국과 서방세계를 향한 증오의 삶에 마침표를 찍었다.
빈 라덴 사살로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10년에 걸친 테러와의 전쟁은 큰 전기를 맞게 됐다. 알 카에다는 상징적 최고 지도자를 잃고 세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의 시민혁명 와중에 과격 알 카에다 세력이 득세할 것이라는 걱정을 덜게 됐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평화를 염원하는 국제사회가 환호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대 테러 전쟁의 긴장을 늦추기는 이르다. 아랍권 언론은"알 카에다는 빈 라덴 개인을 넘어선 조직"이라며 "알 카에다의 위협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 년 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 카에다 조직이 빈 라덴의 유고에 이미 충분한 대비를 해놓았을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지도부의 직접 지시를 받지 않고도 알 카에다 이름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프랜차이즈 형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과 조직들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다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빈 라덴 사살에 대한 보복으로 세계 도처에서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 국무부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민들에 대한 폭력사태가 증가할 수 있다며 여행 경보를 발령하고, 해외 공관에 경계 강화조치를 취했다.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테러 공격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특히 아프간에서 활동 중인 지방재건팀(PRT)의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빈 라덴 사살을 계기로 본격화할 미국의 아프간ㆍ중동 정책 변화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빈 라덴 사살은 국제정치의 획기적 사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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