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민간인 사상 속출… 美서 철군론 봇물"탈레반도 영향력 감소… 소강국면" 예상도
2011년 9월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공격 받던 날,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시작됐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숨어 있던 오사마 빈 라덴을 겨냥해 '무한 정의 작전'에 돌입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미국은 2011년 10월7일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던 아프간의 주요 군사 시설에 토마호크 미사일 50기를 발사하는 것으로 아프간전을 시작했다. 미군과 영국군은 항공기 350여대와 아프간 북부동맹군을 중심으로 압박을 계속, 같은 해 11월20일 아프간 전역을 함락했다. 이어 12월22일 연합군은 반(反)탈레반 정권인 과도정부를 수립했다.
이걸로 테러와의 전쟁은 끝나는 듯 했다. 부시 대통령은 여세를 몰아 2003년 3월 이라크까지 공격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부시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지 못했고, 이어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전쟁의 수렁에 빨려 들어갔다.
미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었던 베트남전(103개월)보다 더 긴 116개월 동안 전쟁을 수행했지만 탈레반을 완전 제압하진 못했다. 아프간 남서부의 탈레반 주요 근거지에 공세를 퍼부으면 탈레반은 북부, 서부, 동부로 전선을 넓혀갔다. 한쪽을 평정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터지는 '풍선 효과'였다.
희생자도 기하급수로 늘었다. 아프간전 초기인 2001년만 해도 미군 전사자는 12명에 불과했다. 2002년 역시 49명 전사에 그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상자는 급증, 지난해 499명,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120명이 숨지는 등 2001년 이후 미군 1,566명이 전사했다.
탈레반의 급조폭발물(IED) 공격에도 군인들이 숱하게 희생됐고 미군 등의 오폭으로 아프간, 파키스탄 민간인이 희생되면서 여론도 악화했다. 미국 내에서도 전쟁 회의론, 조기 철군론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2009년 12월 오바마 대통령은 병력 증파를 결정함과 동시에 2011년 7월부터 병력을 철군, 2014년까진 아프간전을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3만명의 미군이 증파돼 총 10만명이 아프간에 시한부로 주둔하고 있다. 미군은 탈레반을 인구 밀집지역에서 몰아내 치안을 안정시키면서 아프간 정부군을 훈련시켜 작전권을 넘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물론 전망은 엇갈린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지난 겨울 사이 탈레반의 공격이 급증하긴 했지만 핵심 지역에서 영향력을 상실하면서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는 미 국방부 문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세력과 싸울 능력이 부족한 만큼 탈레반이 베트남전처럼 미군 철수 이후만 기다리며 몸을 낮추고 있다는 관측도 많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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