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자사업에 4조5,942억원 위장 대출, 2조4,533억원 분식회계, 배당금 329억원 부당 수령, 영업정지 전후 재산 은닉….
부산저축은행은 대주주와 경영진, 오로지 ‘그들만을 위한 사금고’에 불과했다. 허울만 은행이었을 뿐 정작 저축은행 본연의 존재이유인 서민ㆍ중소기업 자금 대출이나 고객 예금 보호 등은 안중에도 없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해 “순환출자 구조에 의해 계열화돼 대주주 등 소수가 전체 은행 업무를 전횡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주주와 경영진 일부가 매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액수와 조건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면, 각 계열 은행은 사업성 검토도 없이 그대로 이를 집행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러한 경영구조는 불법ㆍ탈법의 만연화로 이어졌다. 이들은 그룹 차원에서 투기개발 이득을 노린 120개의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법인(SPCㆍ서류상 회사)을 대주주와 임직원 등의 명의로 설립한 뒤 총 여신한도(7조원)의 65%에 달하는 4조5,942억원을 대출해줬다. 골프장ㆍ아파트 건설업체(83개)가 대부분인 이들 SPC는 모두 부산저축은행 영업1~4팀 직원 16명이 법인 인감과 통장 등을 관리하는 등 사실상 대주주의 지배 하에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하지만 상호저축은행법은 은행의 부동산 투자 등 직접 사업을 원천 금지하고 있어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문어발 식으로 확장된 SPC 가운데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된 곳은 21개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지난 2월 은행의 영업정지 이후로는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해 사실상 모든 사업이 중단됐다. 아울러 SPC의 운영비로도 연간 130~150억원이 무의미하게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분식회계도 계획적ㆍ조직적으로 이뤄졌다. SPC를 이용한 이자수익 과다계상 등의 수법으로 2008년 7월부터 2009년 6월까지 당기순손실 1조1,135억원을 당기순이익 185억원으로 조작하는 등 최근 2년 간 이들의 분식 규모는 2조4,533억원에 달했다. 이를 통해 자기자본비율(BIS)도 터무니없이 조작됐다. 예를 들어 부산2저축은행의 경우 2010년 말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수치는 6.0%였지만 실제로는 -36.64%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손실이 계속되던 와중에도 대주주와 경영진은 개인 이득만큼은 고스란히 챙겼다. 2005~2010년 부산ㆍ부산2저축은행에서 배당금 329억원, 연봉과 상여금 191억원(1인당 연 11억9,300만원)을 받아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분과 관련해 횡령, 배임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법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로서는 대주주 불법 대출 등 일부 범행만 밝혀진 상황”이라며 추가 수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향후 수사의 갈래는 금융당국이나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로비 여부, 그리고 특혜 인출 사태 두 가지다.
검찰은 특히 부산저축은행이 금융감독원의 퇴직 직원을 감사로 임명해 감사 기능이 무력화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은행의 불법을 지적하기는커녕 SPC 불법 대출을 인지하고 분식회계에 공모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들이 ‘로비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부산저축은행이 KTB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를 통해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에서 각각 500억원씩 모두 1,000억원을 투자받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또 대주주 박연호 회장이 영업정지 며칠 전부터 부인 명의의 예금 1억7,100만원을 중도해지해 출금했으며, 다른 임원들도 재산을 은닉한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이를 토대로 영업정지 전날 마감시간 이후 7개 저축은행 3,588개 계좌에서 총 1,077억원이 빠져나간 과정에 은행 측이나 금융당국이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밝혀낸다는 게 검찰의 복안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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