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송광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복장(腹藏)유물이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정종수)은 2일 불기 2555년 부처님오신날(5월 10일)을 앞두고 3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2층 왕실 생활실에서 복장유물을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복장유물은 불상을 봉안할 때 가슴 안쪽에 넣는 물건들로 신앙적인 의미를 지난다. 목조관음보살좌상 2009년 11월 개금(改金ㆍ불상에 금칠을 다시 함)하기 위해 상태를 확인하던 중에 발견된 것으로 불상을 제외한 의복과 여러 옷감, 전적류 및 관련 유물 50여 점이 선 보인다.
목조관음보살좌상에는 궁중의 나인들이 소현 세자의 아들인 경안군(1644~65) 내외의 장수를 기원하며 만들어 넣은 저고리도 포함됐다. 1662년(현종 3년) 궁중나인 노씨와 박씨는 경안군 내외가 오래 살기를 기원하며 당대의 고승인 취미수초에 불상 제작을 부탁한다. 경안군은 소현 세자의 셋째 아들로 볼모로 청나라 서울 심양에 잡혀갔다가 귀국한 아버지가 1645년 죽고 그 이듬 해에는 어머니 강씨 또한 역모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사사되고 나서 두 형인 석철 석린과 더울어 같이 제주로 유배된다. 1650년(효종 1년) 강화도로 유배지가 바뀌고 1656년 귀양 생활에서 풀려나 1659년에는 경안군에 책봉됐지만 1665년 22세에 죽고 만다. 발원문은 오랜 유배 생활로 병역한 경안군과 그 부인이 현세의 고통에서 벗어나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복장에서는 이외에도 다양한 문양과 조직의 옷감류와 세조 8년(1462) 판각해 간경도감에서 간행한 유일본을 비롯한 불교 경전 8종이 포함돼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본래 송광사 성수전에 봉안돼 있던 고종 황제의 전패(殿牌)를 포함해 황실에서 내렸던 현판과 관련 자료들도 함께 전시된다. 송광사 관음전은 본래 대한제국 광무2년(1903)에 고종 황제가 60세를 바라보기 시작한 망육(望六), 즉 51세에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일을 기념해 건립한 성수전(聖壽殿)이 모태다. 기로소는 원래 나이 70이 돼야 회원 자격을 주지만 고종은 임금인 까닭에 50줄에 들어갔다. 본래 송광사에는 관음전이 별도로 있었지만 1957년 붕괴 위험에 처하자 그곳에 봉안한 목조관음보살 좌상을 성수전으로 옮기고 이름 또한 관음전으로 고쳤다.
목조관음보살좌상 복장 유물은 조선 시대 복식사와 서지학사 인쇄문화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돼 2010년 8월, 보물 1660호와 1661호로 각각 지정됐다.
사정원 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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