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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무리 짓기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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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무리 짓기와 사회

입력
2011.05.0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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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짓기는 인간 사회의 본능적 속성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관계를 맺고 집단에 속하려 하고, 이 관점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한다. 인간이 이루는 사회가 보여주는 예측할 수 없는 집단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최근 새롭게 부상한 사회물리는 인간을 '사회적 원자'로 보고 패션의 유행, 집단적 히스테리, 민족주의 분출, 불규칙한 교통흐름, 금융시장 등락 등 전통적 방법으로 풀지 못한 복잡한 집단현상에 숨은 패턴 혹은 법칙을 과학적으로 찾아내고자 한다. 자연을 이해하는 데 엄청나게 성공적이었던 과학적 방법론으로 무리짓기의 다양성과 복잡성의 원리를 이해하고 복잡한 사회 현상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유의지로 행동하는 개체이지만 사회적 동물로 무리를 짓고 산다. 개인의 행동과 마음을 완벽하게 기술하는 물리방정식은 불가능하겠지만, 그 총합인 사회의 집단적 행동은 자연과학 방법론과 컴퓨터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예측을 시도할 수 있다. 바다에서 물고기 사냥에 의존하는 펭귄은 천적인 범고래와의 룰렛 게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펭귄 무리 중 누가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가의 게임에서, 한 마리의 용감한 행동이 무리 전체를 움직일 수 있다. <사회적 원자> 의 저자 마크 뷰캐넌에 의하면 인간은 "이성적 계산기가 아니라 펭귄과 같이 무리를 지어 서로를 모방, 적응하며 사는 기회주의자"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체는 상호 협력을 통해 복잡하지만 잘 조직된 집단행동을 보여준다. 버블과 폭락 등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현상도 고전적 패러다임을 벗어나 시장 주체들의 집단행동 양식으로서 사회물리적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자기조직화 현상은 각 개체가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패턴을 스스로 발현하는 복잡계 (complex system)의 대표적 특성으로, 최근 복잡계 과학 등을 통하여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주제이다. 사회물리는 복잡계 과학의 훌륭한 실험실이자 엄청난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 가니지와는 저서 <왜 인간인가> 에서 인간다움의 특별함이 '뇌의 사회성'에서 온다고 주장한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사회적으로 진화한 엄청난 노하우가 뇌의 회로에 축적되었다고 본다. 인간은 서로 사회적 행동을 관찰하며 협동과 경쟁의 양면성, 비사회성의 위험 등을 학습하며 우리 뇌의 사회적 본성을 최적화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혁명의 가속화와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세계는 정보화시대를 넘어 새로운 소셜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는 인간의 뇌가 최적화된 사회적 측면을 직시하고, 무리짓기의 근원적 이해라는 시대의 핵심 화두를 붙잡아야 한다. 사회물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개척을 위해 복잡계 이론, 네트워크과학, 뇌과학, 행동경제학, 진화심리학 등 다양한 학제간 방법론이 융합되고 있다. 특히 무리짓기 모델은 게임의 물리엔진, 드론 등 무인비행체의 편대 비행, 마이크로 로봇 군단의 행동 전략과 집단지성, 생체 모방형의 인간공학 등 교통, 항공우주공학, 로봇공학 등에서 폭 넓은 활용과 무한한 응용 영역의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집단을 움직이는 무리짓기의 숨은 원리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면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사회적 과제에 깊은 통찰력과 새로운 해법의 가능성을 제공할까. 무리짓기의 흥미로운 과학이 촉발한 야심 찬 도전이 일깨우고 선도해 나갈 인간 사회의 미래가 자못 궁금하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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