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과정모임 홍순희 (서울수서초등학교 교사)관련기사 올해부터 2007개정교육과정이 초등학교 전학년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교과서를 읽어본 교사와 학부모들은 "새 교과서가 평균적 아이들의 발달과정보다 지나치게 어렵고 뒤죽박죽"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2006년부터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맞는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 오면서 최근 <교과서를 믿지마라!> 라는 책을 발간한 '초등교육과정모임'교사들이 앞으로 15회에 걸쳐 새 초등학교 교과서의 문제점을 분석한다. 교과서를>
초등학교 1학년을 아이들로 비유하자면, 땅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아이에게 한 걸음을 떼고 다음 발을 들어 올리도록 해 주고 두 다리로 중심을 잡고 바로 서 있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새로 바뀐 1학년 교과서는 걸을 수 있으니 바로 달리라고 한다.
교육과정상 유치원에서 한글을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면 초등학교 1학년에서는 한글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 학교에 입학해 입학 적응기를 마치고 국어 교과서로 2주일 동안 한글의 짜임을 공부한다. 그리고 곧바로 틀리기 쉬운 낱말만 골라서 어려운 것만 보는 받아쓰기 공부, 일기쓰기 방법 공부, 내 생각 넣어 글쓰기, 친구가 쓴 동시에 내 의견 쓰기로 넘어간다. 지나치게 어렵고 한글을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없다.
수학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1학년 아이들은 몸을 움직이고 구체물을 사용해 공부해야 흥미를 느낀다. 그러나 수학 수업은 교과서 뒷면에 있는 붙임딱지(스티커)를 붙여가며 공부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수학 수업시간이 조잡스러워진다. 또, 1학기에 50까지의 수, 2학기에 100까지의 수를 알고 간단한 연산을 하도록 돼있다. 7차 교육과정에는 '가르기 모으기'가 1학기에 한 단원, 2학기에 한 단원으로 배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2007개정교육과정 교과서에는 1학기에 가르기 모으기가 없이 바로 더하기 빼기로 진행된다. 비록 9까지의 수를 가르기와 모으기 활동을 하다가 덧셈과 뺄셈으로 제시되었으나 단원자체가 없어졌다는 것은 연산의 기초인 가르기와 모으기를 소홀하게 다루고 덧셈과 뺄셈에 집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초를 다지기 보다는 무조건 계산을 잘 하게 하려는 목적이 눈에 보인다. 수학 교과서는 기초도 제대로 다지지도 못하고 혼란스럽다.
1학년 아이들은 유치원보다 넓은 세상에 와서 맘껏 놀고 뛰고 싶어 한다. 그리고 뭔가를 자꾸 만들어 보고 싶어 한다. 통합교과는 어린이들의 이러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도록 교과내용이 구성되어 있지 못하다. 통합교과서에서는 어린들의 발달과 성장에 필요한 것들이 제시되어 있지 못하고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즐거운 생활 1단원에 한글도 제대로 모르고 가위질도 서툰데 작은 책을 만들라고 한다. 가위질하는 방법은 2학기에 제시되어 있다. 또, 교과서에 제시된 만들기 작품은 어른들이 만들어 준 작품들이 많다. 그래서 서툰 아이들의 솜씨를 창피하게 만든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집필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교과서가 지나치게 어렵고 도약이 심하면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학교 교육을 통해 좌절감만 맛보게 될 것이다.
초등교육과정모임 홍순희(서울수서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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