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鄭'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생전에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고 개척하는 것이다'라는 신념을 자주 강조했다. 또 당장의 회사 이익과 관계없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입장에서 미래의 주역인 인재개발에도 노력했다.
이 때문일까. 고인 유지를 받들기 위해 아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설립한 은 다른 기업의 장학재단과 달리 회사 손익과는 무관하게 인재 육성과 인문학 분야에 대한 학술지원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사례가 베트남 대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이다. 외형보다 내실을 추구하는 현대산업개발은 베트남에서 사업을 한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낮다. 그런데도 재단은 수 년째 하노이 국립대와 호치민국립대 학생 각 30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민간재단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사학(史學) 분야에 거액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올해는 고려대 사학과 민경현ㆍ조명철 교수와 서울대 동양사학과 구범진 교수가 에서 각각 2,500만원을 지원 받아 '러일전쟁 시기 한국을 둘러싼 국제관계'와 '조선과 명ㆍ청의 외교문서 독법 연구'를 주제로 학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재단은 또 정세영 명예회장의 기일에 즈음해 매년 5월 혁신적 사고와 도전정신으로 우리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기여한 인물에게 '포니 정 혁신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2007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차인표ㆍ신애라 부부(2010년) 등이 역대 수상자이다.
재단을 통한 사회공헌활동 이외에도 현대산업개발은 협력회사와의 상생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협력회사에 금융지원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우수 협력회사 35곳을 선정해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무이자로 운영자금을 빌려줬다. 또 우리금융지주와 함께 상생협력 펀드를 조성해 협력회사의 자금난을 덜어 주고 있다. 일상적인 회사 영업에서도 되도록 협력회사의 편의를 봐주는 관행도 정착되어 있다. 하도급대금 지급기일 단축과 함께 현금성 결제비율도 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기적인 자금지원을 넘어 함께 인연을 맺고 있는 협력회사가 독자 성장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협력 활동도 벌이고 있는데, 대표적인 게 기술공유다. 일부 대기업이 협력회사의 기술을 탈취해 물의를 빚지만, 현대산업개발은 협력회사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특허도 함께 출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첨단 공법분야에서 기술력이 취약한 중소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해 스스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협력회사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 우리가 제공받는 하청공사의 품질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상생 협력'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력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 능력 향상 및 품질개선 교육도 수시로 실시해 협력업체의 인재육성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녹색성장과 동반성장 정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환경부 국책사업인 녹색경영 확산사업에 동참해 건설업계 최초로 협력회사와 '그린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이는 협력회사와 함께 매년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3월에도 환경부가 주최한 '건설분야 녹색경영확산지원 협약식'에 참석해 협력회사 10곳과 녹색경영 협력체계를 구축했으며, 지난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560여개 협력회사와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을 다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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