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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체포왕'의 박중훈·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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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체포왕'의 박중훈·이선균

입력
2011.05.0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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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둘이 주인공이다. 한 명은 말단부터 실적을 쌓으며 올라온 베테랑이고, 다른 한 명은 경찰대 출신의 풋내기다. 다른 경찰서 소속인 둘은 희대의 성폭행범을 잡기 위해 필사의 경쟁을 펼친다. 드라마틱한 요소는 약하고 기시감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코미디란 임무까지 부여됐다. 익숙한 듯한 소재로 관객을 웃기겠다는,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목표에 '체포왕'(4일 개봉)은 도전한다.

하지만 섣부른 예단은 금물. '체포왕'은 꼬리를 무는 잔재미와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한 제법 매운 비판을 버무리며 의외의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신인 임찬익 감독의 성실한 연출도 공이 크지만 캐스팅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 노련한 형사 황재성(박중훈)과 신출내기 형사 정의찬(이선균)은 웃기려 애쓰지 않는 연기로 유쾌한 웃음을 전달한다. 지난 겨울 칼바람을 헤치며 서울 아현동 골목길을 땀 나도록 뛴 박중훈과 이선균을 지난달 27일, 28일 각각 만났다.

■ 박중훈 "힘 빼고 연기하려 했다"

-오랜 만의 형사 역할이다.

"2006년 '강적' 이후 처음이다. 형사 역을 여섯 번이나 했다. 형사들이 날 만나면 가족과도 같은 친밀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각각 색깔이 다른 형사를 연기해 왔는데 이번엔 검거 실적에 혈안이 된 현실적인 형사다. 힘 빼고 연기하려 했다."

-깡패와 형사를 오가는 드문 배우다.

"굳이 나누자면 형사가 연기하기 편하다. 액션이 있고, 정의감에 차 있는 역할이라 기본적으로 연기가 된다. 미국에선 연기 못하는 배우를 가리켜 '형사 역을 줘도 못할 것'이라는 농담이 있다. 관객들 연민을 사기엔 인간적인 깡패가 더 유리하긴 하다. 사람들은 본인을 루저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 스스로도 잘났다는 생각이 안 든다."

-예전엔 '대부'의 주인공처럼 강인한 역할을 좋아하지 않았나.

"20, 30대 때 일종의 '불사조 콤플렉스' '특등 콤플렉스'가 있었다. 강해야 된다 생각했고, 선두 그룹 안에서도 선두가 되고 싶었다. '사냥의 묘미는 잡는 게 아니라 쫓는데 있다'라는 말을 한때 좋아할 정도로 날 닦달했다. 그러니 '대부' 같은 영화를 좋아했지. 마흔 언저리가 되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피곤하기도 하고 다 부질없다는 생각도 든다."

-코미디는 오랜 만인데 대중에겐 코믹 이미지가 짙다.

"배우가 어떤 이미지도 없는 건 불행하다. 하지만 영화를 41편 하다 보면 어떤 이미지든 친숙하면서도 식상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개선하려 해도 배우에겐 한계가 있다. 신선하게 거듭나려면 신선한 작품에 출연할 수밖에 없다."

-TV 드라마는 여전히 출연할 생각 없나, 감독 욕심은?

"매체의 우열을 따지는 게 아니라 TV드라마는 굉장히 빨리 찍으니 나랑 안 맞는 듯하다. 난 그냥 영화만 하려 한다. 안성기 선배랑 박중훈 정도는 괜히 폼 잡고 영화 쪽에만 있어도 좋지 않나? 제작, 연출도 하고 싶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구슬을 잘 꿰지 못하겠다."

-배우로서 욕심은 더 없나?

"할리우드까지 진출했으니 지금은 배우로선 보너스 인생이다. 그래도 좀 더 많은 관객에게 내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있다. 할리우드 영화 출연? 무지무지 많이 노력한다. 한 달 전에도 ('양들의 침묵'의) 조나단 드미 감독 집에 놀러 가 저녁을 먹었다. (스마트폰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자꾸 서로 연락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막내 딸이 이번 영화에 딸로 출연했는데.

"예전 장남이랑 축구장 갔다가 사진이 찍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둘째랑은 농구장에서 사진이 찍혔고. 막내가 '왜 난 인터넷에 안 나오냐'고 그러더라. 원래는 딸 하나인 역할인데 감독에게 제안해 막내를 출연시키게 됐다."

■ 이선균 "다양한 역할로 조금씩 영역 넓히고파"

-박중훈과는 첫 연기다.

"나이는 아홉 살 차이지만 체감은 한 15년, 20년 되는 듯한 선배다. 연기로 이기려 하지는 않았지만 기죽지 말고 영화를 잘 찍자는 생각을 했다."

-'체포왕' 출연을 한 이유는.

"내용이 좀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특별한 반전 없이 형사들이 열심히 뛰어 범인을 잡는 과정이 유쾌했다. 그 안에 박중훈이라는 배우가 함께 한다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도 했다."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TV출연도 많이 한다.

"난 어떤 장르를 딱히 선호하진 않는다. 드라마 속 인물은 극적으로 포장된 인물이 많고, 영화는 좀 더 사실적이다. 출연료나 인기보다 연기의 밸런스를 맞추고 싶어 양쪽을 오간다. 180도 연기 변신도 좋지만 난 조금의 차이를 다양하게 보여주며 내 연기 영역을 넓히고 싶다."

-드라마에선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가 강하다.

"'커피 프린스' 끝난 뒤 들어온 극본 90%가 그런 이미지였다. 사실 로맨틱한 연기 많이 하지 않았다. 광고를 찍으며 그런 이미지가 굳어진 듯하다. 실제 성격은 그리 자상하지도 않고 로맨틱하지도 않다. 그냥 털털한 성격이다."

-영화에 유치하다 싶은 장면도 있는데.

"물론 그렇다. 분명히 좋은 점도 있고 아쉬움도 많다. 시나리오를 보고 땀내 나는 영화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찍었다. 그 점이 참 좋은 영화다. 기회가 되면 좀 더 남자다운 액션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발한 활동을 하고도 수상 경력이 딱히 없다.

"상 욕심을 낸 적은 없다. 나는 아직 부족한 배우다.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연기를 하고, 좀 더 나은 배우가 되고 싶다. 난 배우가 될 무렵 유명해져야겠다 그런 꿈을 꾸지 않았다. 주연급이 부러웠던 건 다양한 시나리오가 들어온다는 점. 난 급하게 올라가기보다 멀리 보며 걷는 쪽이다."

-흥행영화가 좋은가, 예술영화가 좋은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영화 보는 취향으로는 예술영화를 좋아한다. '체포왕'처럼 가벼운 영화를 연기할 때도 재미있다. 한국영화가 굉장히 다양해졌으면 좋겠고 배우로서 편식하고 싶지도 않다. '파주'에 출연한 것도 그런 바람 때문이다."

-아내인 배우 전혜진과 서로 연기 모니터링은 하나.

"연기에 대해 별로 이야기 안 한다. 내가 출연한 영화 중 '체포왕'을 아내랑 처음으로 같이 봤다. 아내는 재미있다고 하는데 굉장히 신경 쓰이고 객관적으로 못 보겠더라. 결혼하고 애를 낳으니 좋은 모습으로 열심히 사는 배우가 되고 싶어졌다. 사람들한테 평가 받을 때 좀 더 떳떳해지고 싶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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