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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세계피겨선수권 아쉬운 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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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세계피겨선수권 아쉬운 준우승

입력
2011.05.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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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이 울었다. 익숙한 시상대 꼭대기에서가 아니라 두 번째 계단에서였다.

지난 30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김연아(21ㆍ고려대)는 쇼트프로그램 합계 194.50점으로 일본의 안도 미키(24ㆍ195.79점)에 1.29점 뒤진 2위에 자리했다. 오타비오 친콴타 ISU 회장이 은메달을 목에 걸어주려 할 때부터 김연아는 눈물을 쏟았다. 애써 미소를 되찾으려 하다가 어쩔 수 없는 듯 다시 울었다. 김연아가 1위가 아닌 자리에서 눈물을 훔치기는 처음이다. ★관련기사 26면

선수로서 마지막 무대임을 암시하는 눈물은 아니었을까. 김연아는 “다음 시즌까지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 예정된 아이스쇼(6~8일 잠실실내체육관) 준비와 평창 유치 활동에 집중하려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지난해 2월 밴쿠버동계올림픽 전부터 올림픽 후 은퇴설이 나돌았던 김연아다. 고민 끝에 올해 세계선수권 출전으로 가닥을 잡은 김연아는 또다시 기로에 섰다. 2011~12시즌 시작은 오는 10월께. 김연아는 휴식을 취하며 장고에 돌입할 예정이다.

세 번째 눈물이자 첫 눈물

김연아가 국제대회에서 눈물을 흘리기는 모스크바세계선수권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2009년 3월 LA세계선수권 시상식. 세계선수권 ‘3수’ 끝에 마침내 금메달을 딴 김연아는 애국가를 읊조리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밴쿠버올림픽에서는 세 번 울었다. 역대 최고점(228.56점) 금메달로 필생의 꿈을 이룬 김연아는 혼신의 연기를 마치자마자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경기 직전 어머니를 잃은 조애니 로셰트(캐나다ㆍ동메달)를 시상식에서 마주하자 또 울었고 태극기를 우러러 보며 마지막 눈물을 쏟았다.

밴쿠버올림픽에서의 눈물이 지난 10여년의 노력과 그에 따른 결실이 일군 기쁨의 눈물이었다면 이번 세계선수권에서의 눈물에는 13개월 만의 복귀전을 끝낸 복잡한 감정이 들어 있다. 2위에 그쳤다는 아쉬움만으로 풀이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김연아는 지난해 2월 이후 ‘타임 100’ 등 각종 시상식에 참석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한국과 미국 LA에서 아이스쇼로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힘든 일들도 있었다. 올림픽 직후의 허탈감 탓에 지난해 3월 토리노세계선수권에서는 쇼트프로그램 7위(최종 은메달)로 바닥을 쳤다. 8월에는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와 결별 이유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연아는 복귀 무대를 올해 3월 세계선수권으로 잡았지만 일본 대지진 탓에 갑작스럽게 미뤄져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시상식 뒤 김연아는 “그곳에 서 있었다는 것 자체로 눈물이 났다. 정확한 의미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줄줄 눈물이 났다.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오랜만에 시상대에 서 있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평창이다

2009년 이후 2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린 김연아는 역전 우승을 허용,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쇼트프로그램 1위(65.91점)로 프리스케이팅에 나섰으나 두 차례 점프 실수 탓에 128.59점에 그쳤다. 김연아는 그래도 녹슬지 않은 기량과 더 성숙해진 표현력으로 여왕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3위까지 내려갔던 세계 랭킹을 2위로 끌어올린 김연아는 “올림픽 후 경쟁 대회에 나서야 하는지 고민했는데 어려움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잘 온 것 같다. 작은 차이로 졌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이 꼭 금메달을 따기 위한 것은 아니다”면서 만족해 했다.

2일 오전 9시께 귀국하는 김연아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홍보대사 자격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이달 18, 19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후보도시 브리핑에 참석하고 7월6일 남아공 더반에서 진행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 개최지 선정 투표 당일까지 유치 활동에 팔을 걷어붙인다.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오마주 투 코리아’로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김연아는 독일 뮌헨이 자랑하는 ‘피겨 전설’ 카타리나 비트(46)와 물러설 수 없는 ‘대리전’을 치러야 한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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