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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연남글로벌빌리지센터 한국어 관용어 교실/ "한국말 잘 한다고요? 쥐꼬리만큼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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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연남글로벌빌리지센터 한국어 관용어 교실/ "한국말 잘 한다고요? 쥐꼬리만큼 알죠"

입력
2011.05.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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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리 걸치다'가 무슨 뜻인가요." "'몸이 좋다'는 건 체격이 좋다는 건지 건강하다는 건지 헛갈려요."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연남글로벌빌리지센터. 2008년 개관이래 처음 열린 '한국어 관용어 교실'에 모인 외국인 20여명이 장지연(34) 교사에게 쉴새 없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중국 일본 터키 프랑스 과테말라 등에서 한국에 온 지 짧게는 1년6개월, 길게는 4년까지 된 이들이지만 다들 "일상 대화에 쓰이는 관용어는 이해하기 어려워 쩔쩔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장 교사가 나눠준 관용어 학습 자료에는 신체 부위에 대한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외국인 학생들은 그 중에서도 '무릎' 발음을 가장 어려워했다. 수업은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노래에 맞춰 율동을 따라 하면서 시작됐다.

'귀가 얇다'는 표현을 넣어 문장을 지어보는 순서. "귀가 얇아서 쇼핑할 때 아이큐가 빵점이 된다"는 한 학생의 창의적(?)인 작문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남의 비밀을 말하길 좋아하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입이 가볍다'는 뜻을 이해했고, '눈이 높다'는 표현을 배우면서는 각자의 이상형을 적어나가기도 했다. 장 교사가 "다들 비슷한 의견을 내놓을 때 '입을 모으다'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자 학생들의 입에서는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국인 친구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 관용어 교실에 참여했다는 강사라(30ㆍ과테말라)씨는 "하고 싶은 말을 간결하게 못해서 답답했는데 관용어를 배워 좀 더 쉽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4년 전 남편을 따라 온 일본인 사치코(32)씨는 "일본에도 '입이 가볍다'의 뜻을 가진 '쿠치가 카루이'라는 말이 있어 친숙했다"며 "관용어를 잘 몰라 원하는 말을 빙빙 돌려 해야 해 불편했는데, 관용어를 알면 바로 얘기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TV 프로그램을 즐겨보다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지 4년째라는 프랑스인 꾸마꼬 프리다(29)씨는 "방송에서 흔히 쓰는 말들이지만 사전에도 잘 나오지 않아 답답했는데 배우고 나니 후련한 느낌"이라고 했다.

한국어를 배운 지 1년 반 밖에 안 된 터키인 유노스(20)씨의 실력이 가장 빼어났다. 비법을 묻자 그는 "터키어가 한국어와 어순이 같아 비교적 쉽게 배우는 것 같다"며 "'입이 가볍다'는 터키어 '아으른다 바클라 으슬란마르'와 의미가 통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다른 사람들이 한국어 실력을 칭찬해 줄 때 최근에 말뜻을 배운 '쥐꼬리만큼 알아요'라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고 웃었다.

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학생들 반응을 보기 위해 관용어 교실을 시범적으로 열었는데 호응이 좋아 앞으로 매달 특강 형식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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