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사회는 일제히 환영 성명을 쏟아냈지만 이슬람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유럽연합(EU) 헤르만 반 롬푸이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조제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은 2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테러를 없애기 위한 세계의 노력이 큰 결실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성명은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은 세계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테러 범죄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빈 라덴 사살이 "세계인들에게 큰 안도감을 가져다 줬다"며 "그가 더 이상 세계를 상대로 테러를 저지를 수 없게 된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가공할 테러의 재앙과 싸우는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도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하지만 빈 라덴의 죽음이 테러와 극단주의를 상대로 한 투쟁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환영 논평을 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룬 승리를 환영한다"며 "모든 테러리스트들에게 응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나이로비 소재 미대사관이 알카에다의 공격을 받았던 케냐 또한 빈 라덴의 죽음을 "정의의 실현"이라고 평가했다.
아랍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빈 라덴 조상의 고향인 예멘 정부는 그의 죽음을 "테러리즘의 종식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예멘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는 미국과 반체제 운동으로 궁지에 몰린 예멘 정부 모두에게 심각한 위협이었다. 다수의 국가가 빈 라덴 사살을 환영한 반면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이란은 "이제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동에 군대를 주둔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논평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무장단체 하마스는 "우리는 어떠한 무슬림 전사의 죽음도 반대한다"며 미국의 작전을 비난했다. 빈 라덴의 고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움직임이 작지 않다. 인도네시아의 급진 이슬람단체 제마 안사루트 타우히드(JAT)는 "빈 라덴은 이슬람과 미국에 식민화된 땅을 위해 싸웠다"며 그를 '순교자'로 칭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은거하고 있던 파키스탄의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는 "테러리스트들이 우리 영토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빈 라덴의 사살을 "위대한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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