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는… 경제는] 브릭스 정상회의와 보아오포럼이 그리는 미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는… 경제는] 브릭스 정상회의와 보아오포럼이 그리는 미래

입력
2011.04.29 12:45
0 0

● '국제 질서 새로운 룰, 우리가 만든다' 신호탄 쏜 중국

중국 최남단의 휴양지 하이난다오(海南島). 중국 역대 왕조의 유배지이자 송대의 문인 소동파가 정치적 생명을 마감한 섬이어서, 우리에게는 추사 김정희가 유배돼 만년을 보냈던 제주도를 연상케 한다. 최근 이곳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국제회의가 잇달아 개최되었다.

먼저 4월13, 14일에는 브릭스(BRICs) 제3차 정상회의가 열렸다. 올해는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기존 회원국에 더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새롭게 참여함으로써 브릭스의 지리적 범위가 아프리카 대륙까지 확대됐다. 전 세계 면적의 30%, 인구의 42%,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아우르게 된 것이다. 여기서 브릭스 정상들은 ▦리비아에 대한 무력사용 배제 원칙 ▦유엔과 안전보장이사회의 전면 개혁 ▦달러 중심 국제통화질서 개혁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의 지배구조 개편 등 국제질서 개편에 대한 독자적 요구를 분명하게 담은'싼야(三亞) 선언'을 채택하였다.

이달 14∼16일에는 보아오(博鰲)포럼 연차총회가 열렸다. 보아오포럼은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을 지향하며 아시아 26개국이 지역경제협력을 목적으로 발족한 국제기구. 올해로 열 번째를 맞는 이번 회의의 주제는 중국이 새로운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포용적 발전(inclusive development)'이었다. 글로벌화의 혜택이 모든 국가를 이롭게 하고 경제성장의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들 국제회의는 사실상 중국이 주요 신흥 경제국들을 선도하여 새로운 국제질서를 제시하는 무대였다. 싼야 선언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꾸준히 제기해 온 주장이 고스란히 반영되었고, 보아오포럼은 중국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서 미국ㆍ중국간 무역불균형, 위안화 국제화 등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처럼 중국이 다른 신흥경제국들과 함께 서구 선진국에 대응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말할 수 있게 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당초 고성장 신흥경제국을 지칭하는 경제용어에 불과했던 브릭스가 정상회의로 자리잡게 된 것은 신흥경제대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다, 해당국간 경제적 관계도 밀접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브라질, 인도, 남아공의 제1교역국이며 브릭스 국가간 교역은 세계 전체 교역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남아공의 브릭스 가입도 자원확보에 관심이 높은 중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간 교역은 세계 전체 교역의 3%에 불과해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 중국을 제외한 브릭스 4개국은 중국에 원유, 철광석 등 원자재를 주로 수출하고 저가의 중국산 공산품을 수입하고 있는데 이러한 무역구조는 자국의 제조업 발전을 저해하고 무역마찰을 초래할 소지도 있다. 중국과 인도는 해묵은 분쟁이 남아 있고 원유 등 자원 확보에 있어 경쟁관계에 있다는 사실도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릭스 국가의 역내 협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국제무대에서의 발언권도 점차 강해질 전망이다. 서구 선진국이 구축해 놓은 기존 국제질서의 변화를 요구하면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추진하려 한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과의 무역분쟁, 환경 및 노동 규제 등과 관련하여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보유한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경제국들이 하나된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중국은 신흥경제국들과의 공조를 강화해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을 더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인도에서 열릴 제4차 정상회의에서 인도네시아 등의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와 보아오포럼은 중국이 그동안 추구해 온 발전모델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국제사회의 질서 형성자(rule maker)로 발돋움하려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배기환 한국은행 국제경제실 조사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